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도입의 시사점 [신동우 변호사 칼럼]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4-12-22본문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실체적 진실이다. 학교폭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 간 갈등이라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학교폭력의 경우 사실관계 확정이 쉽지 않다는 문제제기가 많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2024년 2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의 도입을 위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학교폭력은 언뜻 보기에 형사 다툼과 유사해 보인다. 형사 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거이어야 하고 그 증명력 또한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정확한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반면에 학교폭력의 경우 사실관계의 확정이 난해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진술이 불일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목격자인 학생들의 진술도 오락가락한다. 그렇다고 학교 내에 cctv나 기타 증거들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이러한 역할을 기존 교원들이 담당하여 학부모와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사건 은폐 의심을 받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전담조사관은 가해학생, 피해학생, 보호자 및 전담교사를 상대로 대면조사를 한 뒤 사안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학교 내 전담기구와 교육청 학교폭력 제로센터에 보고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까지 하게 된다. 전담조사관 제도의 도입으로 학교폭력 사안조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전담조사관 제도’의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작년까지 전국 학교폭력 사안의 절반 이상이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었는데, 전담조사관이 외부에서 개입한다면 학교장 자체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의 자율적 해결을 방해하고 학교폭력의 사법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담조사관 제도의 도입으로 학교폭력의 초기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전담조사관의 사안조사는 기존 교원들의 사안조사와 비교하여 객관성과 중립성이 담보되었다고 평가받기 때문에 이러한 사안조사를 뚜렷한 반대증거 없이 뒤집기는 어렵다. 기존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논의하고 확정하는 일이 빈번하였으나 앞으로는 전담조사관의 사안조사의 영향력과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또한, 외부 인사의 개입으로 인하여 단순한 주장보다는 객관적인 증거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사안과 관련된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제3자의 객관적 시각에서 학교폭력 사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즉 학교폭력의 초기대응 뿐만 아니라 증거의 수집 및 확보 정도에 따라 처분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법무법인 태림 서울 본사무소 신동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