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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폐지’라는 위험한 역주행, 결국 피해는 국민 몫이 될 것 [신동우 변호사 칼럼]
1.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수사망의 구멍, 그리고 모순된 처방

최근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둘러싸고 현직 경찰 간부가 증거인멸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선 수사기관의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 수사망 내부에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시스템적 허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것이다.

상식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처럼 경찰 내부의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 때는 외부 기관의 감시와 견제 장치를 더욱 촘촘하게 조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 논의는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통제 장치라 할 수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마저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2. 붕괴된 경제범죄 수사 생태계, 벼랑 끝에 내몰린 피해자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왜 그토록 위험한지 이해하려면, 현재 일선 수사 현장, 특히 사기·횡령 등 경제범죄 수사가 얼마나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부터 직시해야 한다. 실제 법률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체감하는 수사 공백의 위기감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사기 피해를 입고 고소를 진행하면, 수사기관이 계좌 추적 등 강제수사를 통해 자금의 흐름을 쫓고 가해자를 압박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후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방대한 사건이 일선 경찰서 경제팀으로 쏟아지면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수사관들이 복잡한 금융 구조나 민사 법리가 얽힌 사안을 신속하게 파헤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그 결과, 최근 법조계에서는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경찰 수사만 믿고 기다리지 못해, 피해자와 대리인이 먼저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의 사실조회를 통해 예금거래내역 등 핵심 증거를 스스로 확보한 뒤에야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마땅히 행사해야 할 공권력의 영역을 피해자 개인이 사비를 들여 메우고 있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턱없이 부족한 여력을 변호사들과 피해자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절박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불완전한 경찰 수사를 건네받아 구멍 난 증거를 메우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던 검찰의 권한마저 잘라내겠다는 것은 사기 범죄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3. ‘수사 핑퐁’의 늪, 보완수사권 폐지가 불러올 재앙

현재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대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만을 남겨두겠다는 것이다. 이는 실무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예고한다. 만약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사건 기록에 명백한 허점이 발견되거나 핵심 참고인 조사가 누락되어 있어도 검찰은 이를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다시 경찰로 기록을 돌려보내야 한다. 경찰은 산더미처럼 쌓인 새로운 고소 사건들 속에서 반송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건은 경찰과 검찰 사이를 수개월, 길게는 수년씩 오가는 이른바 ‘수사 핑퐁’ 현상에 빠지게 된다.

시간은 철저히 가해자의 편이다. 예컨대, 사기 사건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해자의 처벌을 넘어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있다. 수사가 지연되는 1~2년 사이, 사기꾼들은 이미 범죄 수익을 차명 계좌로 빼돌리거나 가상자산 등으로 세탁하여 은닉해 버린다. 뒤늦게 기소가 이루어진다 한들, 이미 빈털터리가 된 가해자 앞에서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잃고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단순히 검찰의 권한을 빼앗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골든타임’을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행위다.


4. 맹목적 정치 논리가 외면한 서민들의 고통

자본과 정보를 갖춘 경제사범이나 정치인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어떻게든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다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코인 투자 사기 등으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은 평범한 서민들은 국가의 수사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실은 검경이 모든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협력해도 나날이 교묘해지는 지능범죄를 따라잡기 벅찬 상황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수사 지연과 공백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이를 보완할 실효성 있는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 무작정 ‘검찰 권한 축소’라는 정치적 도그마에 갇혀 사법 시스템의 남은 안전핀마저 뽑아버리려는 시도는 너무나 무책임하다.


5. 진정한 형사사법 개혁의 방향

수사권은 어느 특정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국가에 위임된 도구일 뿐이다. 제도의 개편은 철저하게 ‘얼마나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가’라는 실용적이고 국민 중심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 경찰의 일탈이나 부패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제척 제도를 강화하고, 상위 기관 및 타 기관이 즉각적으로 개입해 수사할 수 있는 상호 견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 정상적인 입법 방향이다. 뚜렷한 대안과 수사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없이 밀어붙이는 보완수사권 폐지는, 결국 선량한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쥐여주는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출처 : 미디어파인(https://www.mediaf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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