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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 발길 잡는 '리뷰 조작단' 활개, 별점 5개 대가는 단돈 1000원 [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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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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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작 현혹
리뷰조작 대행사는 리뷰 조작을 통해 매출과 검색량이 급증했다며 자영업자들을 현혹한다. certa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양미정기자] 리뷰 내용과 개수, 평점을 본 뒤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리뷰 조작’도 만연하고 있다. 별점 5개와 칭찬일색 리뷰를 작성한 뒤 스토어저장, 상품찜 버튼까지 누르면 1000원이 계좌로 입금된다. 리뷰 조작은 인증 없이 다계정·타계정으로도 가능해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리뷰만능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성뷰(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하는 리뷰)가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맛집, 핫플레이스, 미용실, 배달음식, 쇼핑몰 등 무엇을 먹든 어디에 가든 배달을 시키든 쇼핑을 하든 플랫폼의 ‘리뷰’ 코너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가 됐다. 리뷰나 평점이 기대에 못 미치는 장소와 상품은 열외된다. 가격이 가격과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리뷰가 적으면 ‘인기가 없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이런 심리를 잘 파악한 플랫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리뷰 서비스를 도입했다. 리뷰수가 절대적으로 많고 평점이 높으며 칭찬일색 ‘선플’로 점철된 리뷰를 얻어낸 업체는 승승장구했다. 리뷰가 많은 순, 평점이 높은 순으로 정렬했을 때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상위 포식자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정착화됐다.

리뷰·평점이라는 강력한 무기만 갖추면 가격이 조금 비싸도, 성능이 조금 떨어져도 이를 맹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꼼수를 쓰는 업체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단계를 넘어 전문 업체를 찾아 리뷰 조작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가짜 후기가 범람하면서 시장 생태계가 교란됐고 ‘리뷰조작을 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 공공연해진 리뷰 조작은 관행처럼 굳어져 버렸다.

실제로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리뷰조작업체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수백 건에 달하는 리뷰조작 요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의뢰 건수 중 80%가 네이버(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 등) 리뷰 조작 의뢰 건이었다. 배달의민족(10%), 쿠팡(5%), 와디즈(2%) 등이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동일한 음식점의 평점이 네이버에서는 4.9, 다음에서는 3.3 등으로 큰 편차를 보인 배경이다.

네이버의 경우 ‘리뷰업체’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리뷰조작 대행사를 파워링크로 상단에 노출시킨다. 대행사는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한 업체에서 직접 정성스러운 후기를 달기 때문에 기존 리뷰와는 퀄리티가 다르다”며 자영업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제약 없이 들어갈 수 있고 안내 문구와 달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리뷰 조작을 진행하고 있었다.

조작 정황

리뷰조작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마케터들은 1000여명의 불특정 다수가 포진된 단톡방에 진입해 리뷰·평점을 조작하는 법, 다계정으로 리뷰 건수를 올리는 법, 노동력의 대가로 1000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한다. 대행사가 자영업자로부터 받는 돈은 1건당 5000원이다. 이 중 대행사가 4000원을 가져가고 리뷰 작성자에게 1000원만 지급하지만 용돈이 부족한 학생, N잡을 꿈꾸는 직장인, 부업에 관심이 많은 주부에게는 쏠쏠한 벌이가 된다.

오픈채팅방에 접속해 대행사 직원에게 참여의사를 밝히면 안내 메시지를 전송해준다. 주소, 휴대폰 번호, IP주소가 다른 경우에는 여러 계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참가자가 사비를 들여 제품을 구매한 뒤 대행사의 입맛에 맞는 리뷰와 별점 5개를 입력하면 1000원을 지급한다. 규정은 꽤 엄격하고 복잡하다. 잠시 실수라도 하면 수고한 금액은 물론 투자한 구매비용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대행사는 ‘실수로 구매한 경우 문의 사절’이라고 못 박는다. 오픈채팅 특성상 대행사가 잠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네이버에 접속해 2개의 아이디를 활용해 A미용실에 각각 33만원, 26만원짜리 헤어 시술을 예약해봤다. 리뷰 요청사항에 ‘리뷰작성용 예약입니다’라고 적었다가 퇴짜를 맞았다. 이후 리뷰 아르바이트가 처음이냐며 다시 제대로 하라는 대행사의 요구에 ‘머리 예쁘게 해주세요’라고 수정했더니 대행사가 ‘가짜’ 예약을 승인해줬다.

예약을 걸어둔 시간이 지나면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재방문 의사가 100%라며 퀄리티와 가격 서비스가 모두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평점 5점도 잊지 않았다. 5000원과 양질의 리뷰를 맞바꾼 A미용실 관계자는 ‘불안하고 염려스러운 상황에서 매장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안전하고 청결한 분위기를 유지하겠다’며 기자가 실제로 이곳을 다녀간 것처럼 답변을 달았다.

리뷰의 리뷰
기자가 직접 작성한 리뷰와 그곳에 달린 미용실의 대댓글. certain@sportsseoul.com


문제는 이렇게 조작된 리뷰가 정직하게 영업하는 동종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리뷰 경쟁에서 뒤처지는 업주 입장에서는 리뷰 조작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일식집을 운영 중인 B씨는 “지난 30년간 오로지 맛, 양, 값으로 손님에게 인정받고 만족스러운 매출을 내는 데 자부심을 느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 틈을 타 리뷰조작으로 매출을 늘려보라며 유혹하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접근해온다. 예전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거절하겠지만 생계가 막막하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리뷰조작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또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저촉되기 때문에 이를 요청한 업체와 동참한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신동우 변호사는 “최근 유사한 사건으로 인해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은 사례가 있다. 조작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수취했다면 몰수추징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 제1호 위반(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배진교, 플랫폼 업체 책임강화 법안 발의
정의당 배진교 의원(오른쪽)이 플랫폼 업체의 리뷰 책임 강화와 과도한 리뷰 경쟁 방지, 대가성 리뷰 작성 금지, 허위 리뷰 처벌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허위 리뷰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겸 국회의원은 “플랫폼은 리뷰 조작에 있어 방관자가 아니다. 리뷰 조작 방지를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온라인상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리뷰작성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통신판매중개자(플랫폼사업자)는 소비자의 이용후기 수집방법, 정렬 기준 등 정보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용후기 허위 작성시 처벌한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하며 △이용후기를 허위 작성하거나 이용후기를 중개·알선 행위에 대한 예방조치를 마련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지 행위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불이익 의도가 인정될 시 가중처벌할 수 있다.

배 의원은 “지금처럼 리뷰와 별점만으로 평가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문제는 되풀이될 것”이라며 “운영권자인 플랫폼 업체가 개선책을 내놓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동시에 대가를 받고 허위로 리뷰를 조작하는 행위, 리뷰 작성을 이유로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 등에 대해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