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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몰래 처제에게 보낸 2천만 원, 부부의 돈은 누구 것인가 [신동우 변호사 칼럼]


3년 동안 아껴 모은 내 집 마련 자금 2,000만 원이 남편 몰래 처제의 결혼 비용으로 넘어간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글쓴이 A씨는 공동 통장을 정리하다가 지난해 가을과 올해 봄에 각각 1,000만 원씩 처제에게 이체된 내역을 발견했다. 아내는 "말하면 당신이 반대할 것 같아서"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A씨 부부는 휴대전화 매장과 마트에서 일하며 두 사람 소득을 합쳐도 월 500만 원이 되지 않고, 자녀 둘을 키우며 전세로 살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도시락을 싸 다니고 담배까지 끊어 가며 돈을 모았다고 했다. 아내는 어릴 때부터 동생을 키우다시피 해서 언니로서 그 정도는 도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고, 두 사람은 대화를 끊은 상태라고 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혼감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가족을 돕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법은 부부가 함께 모은 돈을 어떻게 보는지, 상의 없이 쓴 돈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해 분명한 기준을 두고 있다.



1. 부부의 돈은 누구의 것인가


가. 명의가 원칙, 불분명하면 공유로 추정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택하고 있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을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 은행 예금은 대개 한 사람 명의로 개설되므로, 부부가 '공동 통장'이라고 부르더라도 법적으로는 명의자의 예금으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 그러나 이혼할 때는 명의를 따지지 않는다

명의가 전부는 아니다. 이혼할 때의 재산분할은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와 관계없이 부부가 협력해 이룩한 재산을 청산하는 제도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기타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맞벌이로 함께 모은 내 집 마련 통장이라면 아내 명의든 남편 명의든 부부 공동재산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2. 상의 없이 보낸 돈, 법적으로 어떻게 되나


가. 일상의 가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민법 제827조 제1항은 부부가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정한다. 장보기, 공과금, 자녀 학원비처럼 가정생활에 통상 필요한 지출은 한쪽이 혼자 결정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월 소득의 네 배에 이르는 2,000만 원을, 그것도 내 집 마련이라는 목적을 정해 모은 돈에서 처제에게 보낸 것을 일상의 가사로 보기는 어렵다.


나. 처제에게 돌려 달라고 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통장이 아내 명의라면 아내가 자기 명의 예금을 동생에게 준 것이어서, 남편이 처제를 상대로 직접 반환을 구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통장이 남편 명의이고 아내가 권한 없이 이체한 것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아내가 평소 그 통장을 관리해 왔는지, 이체를 묵인한 정황은 없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반대로 아내가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준 것'이라면 아내에게 반환청구권이 있으므로, 부부가 함께 처제와 상환 방법을 정리하는 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3.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가


가. 공동재산의 일방적 처분에 관한 대법원 판단

이혼 사유를 정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배우자의 일방적인 재산 처분이 해당할 수 있는지에 관해 최근 대법원이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다. 남편이 아내의 반대에도 부부가 평생 함께 일군 재산 대부분을 장남에게 증여한 사건이다.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5므10730 판결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의 주요 부분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와 협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해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하고, 그로 인해 부부간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다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재산이 남편 단독 명의였다는 점을 이유로 들지 않았다. 부부가 함께 이룬 재산이라면 명의자라도 마음대로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나. 이번 사연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위 사건은 전체 재산의 대부분, 그중에서도 주거와 생계 수단 거의 전부를 처분했고 별거가 3년 가까이 이어진 사안이었다. 이번 사연의 2,000만 원은 이 부부에게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만, 그 한 번의 송금만으로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원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혼인 기간과 자녀 유무 등 여러 사정을 함께 본다. 결국 이 일 이후 부부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가 판단을 좌우한다.



4. 지금 할 수 있는 일


가. 감정보다 기록을 먼저 정리한다

이체 일자와 금액, 통장 명의, 그 통장에 각자가 얼마씩 넣어 왔는지 보여 주는 입금 내역을 정리해 두는 것이 출발점이다. 관계를 회복하든 법적 절차로 가든 이 자료는 필요하다. 아내가 처제에게 준 것인지 빌려준 것인지도 이 단계에서 분명히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나. 맞대응은 금물이다

화가 난 김에 상대 명의 계좌의 돈을 몰래 빼 오거나 다른 공동재산을 처분하는 식으로 맞서면, 오히려 자신이 신뢰를 깨뜨린 쪽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앞의 대법원 판결 논리는 남편과 아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 처가에 항의하는 방식도 감정을 앞세우면 갈등만 키울 뿐이다.


다. 이혼을 고민한다면 재산분할의 구조를 알아 둔다

재판상 이혼에서 재산분할 대상은 원칙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 무렵 남아 있는 재산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미 처제에게 넘어간 돈이 그대로 분할 대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한쪽이 공동재산을 임의로 줄인 사정은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기타 사정'으로 참작될 여지가 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하므로(민법 제839조의2 제3항), 협의이혼을 서두르다 재산 정리를 미루는 일은 피해야 한다.



5. 맺으며


이번 사연이 많은 공감을 얻은 것은 돈의 액수보다 '상의 없이'라는 대목 때문일 것이다. 대법원이 부부를 애정 공동체이자 경제 공동체로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자 명의로 돈을 관리하는 부부가 늘어난 만큼, 일정 금액 이상의 지출이나 양가 지원은 미리 상의한다는 원칙을 정해 두는 것이 분쟁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법은 갈등이 터진 뒤에야 개입하지만, 부부 사이의 원칙은 그 전에 세울 수 있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사진: Artsy Crafty, CC0 퍼블릭 도메인(StockSnap·Open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