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딸이 BJ에게 보낸 200만 원, '환불 불가'는 사실일까 [신동우 변호사 칼럼]

초등학생 딸이 인터넷 방송 BJ에게 200만 원을 후원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엄마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등생 딸이 엑셀 방송 BJ한테 200만원을 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엑셀 방송은 여러 BJ가 함께 출연해 후원 금액에 따라 실시간으로 순위를 매기는 방송이다. 아이는 BJ가 자기 닉네임을 불러 주고 리액션해 주는 것이 좋아 계속 돈을 보냈다고 한다.
글쓴이는 환불을 문의했지만 "규정 때문에 안 된다,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만 반복해서 들었다고 했다. 돈을 보낼 때는 몇 번 누르면 끝났는데, 돌려받으려니 부모가 여기저기 알아봐야 한다는 하소연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
그렇다면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한 거래는 법이 따로 보호한다. 다만 그 보호를 받으려면 부모가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1. 미성년자의 거래, 법은 어떻게 보는가
가. 부모 동의 없는 거래는 취소할 수 있다
민법 제5조 제1항은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이를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후원 아이템을 사는 것은 플랫폼과의 매매계약이고, 그 아이템을 BJ에게 보내는 것은 대가 없이 재산을 넘기는 행위다. 초등학생이 부모 모르게 200만 원어치를 결제하고 보냈다면 두 행위 모두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나. 취소하면 처음부터 없던 거래가 된다
민법 제141조에 따르면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 플랫폼은 받은 결제 대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때 미성년자는 그 행위로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만 돌려주면 된다(같은 조 단서). 이미 BJ에게 보내 써 버린 아이템이라면 아이 쪽에 남은 이익은 사실상 없다고 볼 여지가 크다.
2. "규정상 환불 불가"는 통하지 않는다
가. 약관보다 민법이 앞선다
플랫폼 이용약관에 '선물한 아이템은 환불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미성년자 보호 규정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대법원은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았다.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71659 판결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신용구매계약을 체결한 미성년자가 사후에 동의 없음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거래 상대방이 '미성년자가 나중에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더라도, 그 신뢰를 이유로 취소를 막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나. 사업자에게는 고지 의무도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3항은 통신판매업자가 미성년자와 거래 계약을 맺을 때 법정대리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미성년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미성년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연령 확인과 이런 안내 없이 초등학생이 수백만 원을 결제할 수 있었다면, 플랫폼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3. 그래도 취소가 막히는 경우
가. 부모가 쓰라고 준 돈이었다면
민법 제6조는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해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고 정한다. 용돈처럼 부모가 쓰라고 맡긴 돈 안에서 결제했다면 취소가 어려울 수 있다. 앞의 대법원 판결도 동의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보면서, 연령, 독자적 소득, 계약의 성질과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 사건에서는 만 19세가 넘어 스스로 소득이 있던 미성년자가 월 소득 범위에서 결제한 부분에 대해 묵시적 처분허락이 있었다고 보아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초등학생이 200만 원을 쓴 경우와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나. 아이가 속임수를 썼다면
민법 제17조는 미성년자가 속임수로 자기를 성인으로 믿게 하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믿게 한 경우에는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좁게 해석된다.
대법원 1971. 12. 14. 선고 71다2045 판결
속임수(사술)를 썼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사기 수단을 쓴 것을 말하고, 단순히 자기가 능력자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이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입증책임은 상대방에게 있다.
가입 화면에서 생년월일을 대충 입력한 정도라면 곧바로 취소권이 막힌다고 보기 어렵다.
다. 결제 수단이 부모 명의라면
가장 까다로운 쟁점이다. 아이가 부모 명의의 휴대전화나 카드, 계정으로 결제했다면 플랫폼은 계약 당사자가 부모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실제로 결제하고 후원한 사람이 아이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사만으로는 결제 수단이 무엇이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4. 부모가 지금 해야 할 일
가. 증거부터 확보한다
아이 계정의 닉네임, 결제 일시와 금액이 담긴 결제 내역, 후원 내역 화면, 통신사나 카드사 청구서를 캡처하고 내려받아 둔다. 계정을 탈퇴하거나 기록을 지우면 입증이 어려워지므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이가 혼자 결제했다는 사정을 보여 줄 기기 사용 정황도 정리해 둔다.
나. 취소 의사를 서면으로 분명히 한다
고객센터 전화 상담에서 끝내지 말고,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이므로 민법 제5조에 따라 취소한다는 뜻을 법정대리인 명의로 서면이나 내용증명으로 보낸다. 가족관계증명서 등 미성년자임을 보여 주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지만(민법 제146조),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다. 해결되지 않으면 분쟁조정과 소송을 검토한다
플랫폼이 끝내 거부하면 한국소비자원 등을 통한 피해구제와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그래도 안 되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검토한다. 경찰 신고를 권유받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돈을 보낸 사안이라면 형사 절차보다 민사상 취소와 반환이 본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5. 맺으며
미성년자 보호 제도는 거래의 안전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판단력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를 지키려는 장치다. 몇 번의 터치로 수백만 원이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사후 환불 분쟁에 앞서 결제 단계의 연령 확인과 결제 한도부터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부모 역시 자녀 기기의 결제 비밀번호와 소액결제 한도를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아이를 탓하기 전에, 아이가 그렇게 쉽게 결제할 수 있었던 구조부터 따져 볼 일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사진: Kelly Sikkema, CC0 퍼블릭 도메인(StockSnap·Open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