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입금하면 비밀번호 알려줄게요" 중고거래 문고리 사기, 돈은 돌려받을 수 있나 [신동우 변호사 칼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직거래를 약속한 판매자가 막상 구매자가 도착하자 돈부터 보내라고 요구하는 수법이 퍼지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SNS에 '요즘 유행한다는 중고 거래 사기 수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판매자는 처음에 직거래를 제안했다가, 구매자가 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급한 일이 생겨 물건을 현관문 앞에 걸어 뒀다고 했다. 그리고 물건값을 먼저 입금하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구매자가 물건을 보고 입금하겠다고 하자 판매자는 미개봉 제품이고 영수증도 함께 넣어 뒀다며 문제없다고 버텼다. 구매자는 결국 거래를 거절했다. 글쓴이는 판매자가 알려 준 동·호수가 실제 집이 아닐 수 있고, 문 앞에 걸린 물건 사진도 조작됐을 수 있다고 봤다. 먼 길을 온 구매자의 아까운 마음을 파고드는 수법이다.
이른바 '문고리 거래'는 판매자가 물건을 문 앞에 걸어 두면 구매자가 가져가는 비대면 방식이다. 편리하지만, 물건 확인과 대금 지급이 한자리에서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이 약점을 노린 거래에 법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짚어 본다.
1. 이 수법이 위험한 이유
가. 동시에 주고받는 구조가 무너진다
직거래가 안전한 이유는 물건과 돈을 같은 자리에서 맞바꾸기 때문이다. 물건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을 보내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먼저 입금하면 비밀번호를 알려 주겠다'는 요구는 이 순서를 뒤집는다. 돈이 먼저 나가고, 물건은 확인할 수 없는 문 뒤에 있다. 입금이 끝나는 순간 구매자가 쥔 협상력은 사라진다.
나. 현장에 와 있다는 사실이 판단을 흐린다
이미 시간과 교통비를 들여 약속 장소까지 온 사람은 거래를 무르기 어렵다. 눈앞의 아파트, 미개봉 제품, 영수증이라는 말은 그 망설임을 덜어 주는 장치다. 실제로는 판매자가 그 건물에 살지 않거나 물건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2. 돈을 받지 못했어도 처벌된다
가.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사람을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처음부터 물건을 넘길 생각이 없으면서 문 앞에 걸어 뒀다고 속여 돈을 받았다면 전형적인 사기다. 법원은 기망의 범위를 넓게 본다.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1405 판결
사기죄의 기망에는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가 포함된다.
거짓 사진을 보내거나 남의 집 동·호수를 알려 주는 것은 물론, 물건이 없다는 사실을 숨긴 채 입금을 재촉하는 것도 기망에 해당할 수 있다.
나. 미수와 상습범도 처벌한다
이번 사연처럼 구매자가 입금을 거절해 돈이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끝이 아니다. 형법 제352조는 사기죄의 미수범을 처벌한다. 같은 수법을 여러 사람에게 반복했다면 형법 제351조에 따라 상습사기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다. 중고거래 사기는 한 사람이 여러 계정과 계좌로 피해자를 늘려 가는 경우가 많아, 수사 단계에서 여러 사건이 하나로 묶이는 일이 흔하다.
3. 보낸 돈은 돌려받을 수 있나
가. 보이스피싱과 달리 지급정지가 어렵다
많은 피해자가 은행에 연락하면 보이스피싱처럼 계좌를 바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는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에서 제외한다. 물건을 판다고 속인 중고거래 사기는 원칙적으로 이 법의 지급정지와 피해환급 절차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수사와 재판, 민사 절차를 통해 돈을 찾아야 한다.
나.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한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는 사기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법원이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범죄로 생긴 직접적인 물적 피해의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한다. 별도로 민사소송을 내지 않아도 형사판결과 함께 배상을 받을 길이 열리는 셈이다. 다만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배상 책임의 범위가 분명하지 않으면 배상명령이 내려지지 않으므로, 입금 내역과 대화 기록으로 피해액을 정확히 정리해 둬야 한다.
다. 판매자도 남의 사기에 휘말릴 수 있다
중고거래에서는 판매자가 엉뚱한 사기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기도 한다. 사기범이 다른 피해자를 속여 그 돈을 판매자 계좌로 보내게 하고, 자신은 물건만 받아 가는 방식이다. 대법원은 이런 사안에서 판매자 쪽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
편취된 금전으로 채무를 변제받은 채권자가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중대한 과실도 없다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법률상 원인이 있다.
이 사건에서 판매자는 중고거래 사이트로 순금 목걸이를 팔고 대금을 받았는데, 그 돈은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다른 사람 계좌에서 옮긴 것이었다. 대법원은 판매자가 이를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반환 의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일은 아니다. 입금자 이름이 거래 상대방과 다르다면 물건을 넘기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분쟁을 막는다.
4. 거래 전후로 챙길 것
가. 거래 전이라면
돈은 물건을 직접 확인한 뒤에 보낸다는 원칙 하나만 지켜도 대부분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약속 당일 갑자기 비대면으로 바꾸자는 요구, 선입금을 조건으로 비밀번호나 위치를 알려 주겠다는 제안,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고가품은 의심부터 해야 한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안전결제 기능이 있다면 그것을 쓰고, 상대방 계좌번호나 연락처로 사기 신고 이력이 있는지 미리 조회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 이미 돈을 보냈다면
판매자가 계정을 지우기 전에 판매 게시글, 채팅 내용, 상대방 프로필, 계좌번호와 입금 내역을 모두 캡처해 둔다. 플랫폼 고객센터에 신고해 계정 정보 보존을 요청하고, 경찰에 사기 피해를 신고하거나 고소장을 낸다. 같은 판매자에게 당한 피해자가 더 있는지 확인되면 수사기관이 사건을 묶어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피해액이 크지 않더라도 가해자가 특정되면 배상명령 신청이나 소액사건 심판 절차로 회수를 시도할 수 있다.
다. 판매자라면
대금이 들어오면 입금자 이름과 금액이 약속과 맞는지부터 본다. 거래 상대방과 다른 이름으로 돈이 들어왔거나, 구매자가 '다른 사람이 대신 보낸다'며 서두르면 물건을 넘기기 전에 그 이유를 확인한다. 나중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반환을 청구하거나 계좌가 묶이는 일을 막으려면, 거래 당시 정상적인 판매였다는 사정을 보여 줄 대화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5. 맺으며
중고거래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끼리 믿음 하나로 물건과 돈을 주고받는 거래다. 문고리 거래가 편리한 만큼, 그 믿음을 악용하는 수법도 계속 바뀐다. 그런데도 물건을 판다고 속인 사기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지급정지 같은 신속한 구제 수단에서 빠져 있어 피해 회복이 늦어지기 쉽다. 플랫폼은 선입금 유도 대화를 걸러 내는 장치를 강화하고, 제도 역시 중고거래 사기 피해금을 빠르게 묶어 둘 방법을 고민할 때다. 그 전까지는 '확인 전 입금은 없다'는 원칙이 가장 확실한 방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사진: CC0photo, CC0 퍼블릭 도메인(Flickr·Open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