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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앞둔 집이 통째로 철거됐다면,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나 [신동우 변호사 칼럼]


노후를 보내려고 산 시골집이 이사를 앞두고 통째로 사라졌다. 12일 SBS '뉴스헌터스'와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한 노부부는 2024년 8월 충남 홍성의 주택과 토지를 5500만원에 사들였다. 배수시설과 정화조를 고치고 내부를 새로 꾸몄으며, TV와 냉장고, 침대까지 들여놓느라 약 3800만원을 더 썼다. 그런데 며칠 집을 비운 사이 건물은 잔해만 남았고, 가전과 가구는 부서져 있었다. 지붕과 철제 대문, 보일러에 채워둔 기름까지 없어졌다고 한다.


철거한 사람은 집을 판 전 주인의 작은아버지였다. 상속 문제로 조카와 다투던 그가 굴착기 기사를 데려와 집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부부는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는 지난해 형사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지만, 2년 가까이 지나도록 집은 복구되지 않았다. 오히려 낡은 건물 값을 500만원으로 보고 그 금액을 합의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부부는 지금 월세를 내며 살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남의 집을 허문 행위는 어떤 죄가 되는가. 그리고 피해자는 실제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가.



1. 상속 다툼은 철거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가. 등기를 넘긴 집은 더 이상 '집안 땅'이 아니다

가해자 쪽에서 보면 '원래 우리 집안 땅'이라는 생각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속에 불만이 있다면 상속인들 사이에서 소송으로 다툴 일이다. 등기를 넘겨받은 제3자의 집을 직접 부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나. 성립할 수 있는 범죄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해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건물도 재물이므로 이 조항이 적용된다. 집 안의 가전과 가구를 부순 것도 같다.


철거 과정에서 쇠붙이와 기름을 가져갔다면 절도(형법 제329조,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남의 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면 주거침입(형법 제319조)이 함께 문제 된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손괴하면 특수손괴(형법 제369조)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된다.


다. 형사처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보도만으로는 어떤 죄명으로 처벌됐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형사처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집행유예 판결은 국가가 내린 벌일 뿐, 피해자의 지갑을 채워주지 않는다.



2. 손해배상, 9300만원을 다 받을 수 있을까


가. 배상 기준은 철거 당시 건물의 시가

민법 제750조에 따라 고의로 남의 재산을 부순 사람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문제는 '얼마'다. 가해자가 500만원을 내민 것도 이 대목을 노린 계산으로 보인다.


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39520 판결
물건이 훼손·멸실된 경우 수리비나 교환가격이 통상의 손해이고, 건물을 쓸 수 없게 되었다면 그 건물의 교환가치가 손해이며, 수리비가 교환가치를 넘으면 교환가치 범위로 제한된다.


이 법리대로라면 허물어진 건물 자체에 대해서는 '철거 당시 그 건물의 시가'가 기준이 된다. 낡은 시골집이라면 감정가가 높지 않을 수 있다.


나. 수리 내역과 가재도구는 따로 따진다

다만 부부는 수천만원을 들여 배수시설과 정화조를 고치고 내부를 새로 꾸몄다. 감정은 매입 당시의 낡은 집이 아니라 수리가 끝난 철거 직전 상태를 기준으로 해야 하고, 그래서 수리 내역과 사진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부서진 TV·냉장고·침대 같은 동산과 사라진 기름, 대문 등은 건물과 별도로 각각의 가액을 청구할 수 있다.


다. 토지 대금은 손해에 넣기 어렵다

반대로 피해자도 알아둘 점이 있다. 9300만원 가운데 토지 대금은 그대로 남아 있는 땅의 값이다. 토지가 멀쩡하다면 매입대금 전부를 손해로 보기는 어렵다. 숫자를 부풀리기보다 항목별로 정확히 쌓는 편이 법정에서 훨씬 설득력이 있다.



3. 위자료와 '특별한 사정'


가. 재산 피해에 대한 위자료의 원칙

집을 잃은 노부부의 상실감이 크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재산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3다22912 판결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되, 그것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으면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


나. 이 사건에서 주장할 수 있는 사정

이 사건은 그 '특별한 사정'을 주장할 여지가 큰 편이다. 사람이 살려고 마련한 주거를 고의로 통째로 허물었고, 그 전부터 경고장을 붙이고 대문 앞에 오물을 남기는 등 위협이 이어졌다고 한다. 피해자는 하루아침에 남의 집에 월세를 들어가야 했다. 단순한 물건 파손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실로 보여줘야 한다.


다. 월세와 이사 비용

같은 맥락에서 철거 뒤 다른 곳에 살면서 낸 월세와 이사 비용도 손해 항목으로 다퉈볼 수 있다.



4. 피해자가 지금 챙겨야 할 것들


가. 형사판결문을 확보한다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가 된다. 누가, 언제, 무엇을 부쉈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손해를 항목별로 정리한다

건물 시가는 감정으로 정하더라도, 수리 공사 계약서와 영수증, 가전·가구 구매 내역, 철거 전후 사진, 기름 주유 내역 등은 피해자가 직접 모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자료들이다.


다. 가해자의 재산부터 묶어둔다

판결을 받아도 상대방 명의 재산이 없으면 집행할 방법이 없다. 소송 중이라도 상대방 부동산이나 예금에 가압류를 해두는 것이 실무에서는 판결만큼 중요하다.


라. 함께 책임질 사람이 있는지 살핀다

실제로 굴착기를 움직인 기사가 남의 집이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다면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해볼 만하다.


마. 소멸시효를 놓치지 않는다

민법 제766조에 따라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 이 부부처럼 이미 소송을 낸 경우는 다르지만, 비슷한 피해를 입고 형사 결과만 기다리다 시효를 넘기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다.



5. 형사처벌과 피해 회복 사이의 거리


이 사건에서 가장 답답한 대목은 가해자가 처벌을 받고도 피해가 그대로라는 점이다. 우리 제도에서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따로 움직이고, 피해자는 형사재판이 끝난 뒤에도 다시 소송을 내고 감정을 거쳐 집행까지 스스로 해내야 한다. 그사이 피해자는 몇 년의 시간과 비용을 쓴다.


손괴처럼 피해액이 분명한 재산범죄에서는 형사절차 안에서 피해 회복이 더 적극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피해자 역시 수사 단계부터 증거와 손해 자료를 함께 정리해두면 이후의 민사 절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남의 집을 허무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지만, 그것을 돌려받는 데는 몇 년이 걸리고 있다. 법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사진: w_lemay, CC0 퍼블릭 도메인(Open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