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갚고도 끝나지 않는 빚, 불법사금융의 덫 [신동우 변호사 칼럼]

연 최고 578%. 은행 대출 이자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 오타로 여길 숫자다. 광주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14일 구속한 사채업자 2명은 2024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각자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연 최저 66~184.5%, 최고 328~578.2%의 이자를 받았다. 채무자 19명에게서 챙긴 부당이득만 1억 240여만 원이다. 채무자 본인은 물론 그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히는 방식으로 돈을 받아냈다고 한다.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은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50대 자영업자였다. 길거리 전단을 보고 연락해 약 4천만 원을 빌렸는데, 몇 달 사이 갚은 이자만 5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자를 갚으려 다른 사채까지 끌어 썼고, 하루만 늦어도 독촉에 시달리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고인이 남긴 유서를 단서로 수사를 시작해 사채업자 6명과 계좌를 빌려준 14명 등 20명을 입건했다.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내고도 빚이 줄지 않는 구조, 이것이 불법사금융의 본질이다. 법은 이 구조를 어디까지 끊어내고 있는지, 피해자와 가족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리해 본다.
1. 등록하지 않은 대부업, 그 자체가 범죄다
가. 불법사금융업자의 개념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은 등록이나 등록갱신 없이 사실상 대부업을 하는 자를 '불법사금융업자'로 정의한다(제2조 제7호). 예전에는 '미등록 대부업자'라고 불렀는데, 2025년 개정으로 명칭부터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등록 없이 대부업을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19조 제1항 제1호).
나. 법정 최고이자율은 연 20%
등록한 대부업자라도 개인에게 빌려줄 때는 연 20%를 넘는 이자를 받을 수 없다(제8조 제1항, 시행령 제5조 제2항). 사례금, 수수료, 공제금, 연체이자 등 이름을 무엇으로 붙이든 대부와 관련해 받은 돈은 모두 이자로 본다(제8조 제2항). 이번 사건의 연 578%는 이 기준의 약 29배다.
2. 고금리 대부계약, 어디까지 무효인가
가. 불법사금융업자는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2025년 개정 대부업법 제11조 제1항은 불법사금융업자가 대부를 하는 경우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이자 약정 자체를 무효로 한다고 정했다. 예전에는 최고이자율을 넘는 부분만 무효였지만, 이제 등록하지 않은 업자와 맺은 이자 약정은 전부 효력이 없다. 다만 이 조항은 개정법 시행일인 2025년 7월 22일 이후 체결하거나 갱신한 계약부터 적용되므로(부칙 제3조), 계약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이자를 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제19조 제2항 제2호).
나. 연 60% 초과나 협박이 낀 계약은 원금까지 무효
더 나아가 대부업법 제8조의2는 일정한 경우 대부계약 전체를 무효로 한다. 약정 이자율이 연 60%를 넘는 경우(시행령 제5조의2), 폭행·협박·위력을 쓰거나 채무자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현저히 불리하게 맺은 경우, 불법 추심을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 등이다. 이때 업자는 원금 반환도 청구할 수 없고, 이미 받은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 연 578%짜리 계약이라면 이 조항의 적용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다. 법원의 판단
법 조항이 생기기 전에도 법원은 지나친 고금리 약정의 효력을 부정해 왔다.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넘는 현저한 고율의 이자 약정은 그 초과 부분이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무효이고, 차주가 임의로 지급한 이자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도11258 판결
선이자, 중도상환수수료 등 명목에 관계없이 대부업자가 받은 돈은 모두 이자로 보아 실제 대부기간을 기준으로 제한이자율 초과 여부를 판단한다.
업자들이 흔히 쓰는 '선이자 공제', '수수료', '연장비' 같은 명목은 이자율 계산에서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3. 가족과 지인을 괴롭히는 추심도 처벌 대상이다
가. 금지되는 추심 행위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9조는 채무자나 관계인을 폭행·협박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에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내 공포심과 불안감을 주는 행위, 갚을 의무가 없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이번 사건처럼 채무자 주변인까지 괴롭혔다면 이 조항 위반이 문제된다.
나. 처벌 수위
폭행·협박·위력을 사용한 추심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반복·야간 연락이나 제3자에 대한 변제 요구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같은 법 제15조). 불법 대부업 혐의와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많고, 형이 무거워지는 요인이 된다.
4. 피해를 입었다면 지금 할 일
가. 채무자 본인이라면
첫째, 증거부터 남겨야 한다. 대출 전단이나 광고 문자, 차용 관련 메시지, 이체 내역, 독촉 전화 녹음과 문자 캡처는 형사 고소와 반환 청구 모두의 근거가 된다. 둘째, 갚은 돈을 날짜별로 정리해 실제 이자율을 계산해 본다. 원금보다 이자를 더 냈다면 이미 갚을 돈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불법사금융 피해를 신고한다. 대부업법은 불법 대부에 쓰인 전화번호의 이용중지 제도도 두고 있다(제9조의6). 무엇보다 이자를 갚으려고 또 다른 사채를 쓰는 일은 멈춰야 한다. 그 순간부터 빚은 산술급수가 아니라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나. 유족이라면
채무자가 사망하면 그 빚과 함께 업자에게 돌려받을 권리도 상속인에게 넘어간다. 계약이 무효라면 고인이 낸 원금과 이자의 반환을, 불법 추심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부업법 제11조의4). 반대로 고인의 채무가 재산보다 많다면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검토해야 한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이 기간을 놓치면 유족이 빚을 떠안을 수 있으니 장례 직후부터 챙겨야 한다.
다. 계좌를 빌려준 사람이라면
이번 사건에서 계좌를 제공한 14명도 함께 입건됐다. "잠깐 통장만 빌려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것이 불법 대부의 통로가 되면, 본인도 수사 대상이 된다. 대가를 받았는지, 용도를 알았는지가 쟁점이 되므로 조사 전에 경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5. 맺으며
법은 이미 불법사금융업자와의 이자 약정을 무효로 하고, 일정한 경우 원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게 바뀌었다. 그러나 길거리 전단을 보고 급전을 구하는 사람에게 이런 규정은 멀리 있다. 제도가 사람을 지키려면 피해자가 "이 돈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제때 알 수 있어야 한다. 법 개정만큼이나 피해자가 쉽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창구를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더 이상 이자에 쫓기다 생을 놓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사진: Artsy Crafty, CC0(StockSnap·Open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