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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사장 때린 만취 손님, '심신미약'은 통하지 않는다 [신동우 변호사 칼럼]


"아이들 주의 좀 시켜 달라"는 말 한마디가 폭행으로 돌아왔다. 지난 14일 JTBC '사건반장'에 소개된 사연이다. 광주광역시에서 10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11일 저녁 7시께 아이 셋을 데리고 온 일행을 손님으로 받았다. 일행 중 여성 손님들은 이미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고, 아이들은 가게 안팎을 뛰어다녔다.


A씨는 한 아이가 차가 많이 다니는 가게 밖으로 뛰어나가고 정수기를 만지려 하자 보호자에게 주의를 부탁했다. 그러자 한 여성 손님이 "아줌마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A씨가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불러봤자 심신미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맞받았다고 한다. 이후 아이가 A씨가 16년 동안 키운 거북이의 어항을 치는 것을 말리자, 이 손님은 체중을 실어 A씨의 목덜미를 여러 차례 때리고 침을 뱉었다. 머리핀이 끊어질 정도였고, 현장에는 A씨의 딸도 있었다. 손님은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사장이 합의금을 노린다고 주장했다.


어떤 혐의가 적용될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다만 매장에서 손님에게 맞는 일은 자영업자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술에 취했다는 사정이 처벌을 피하는 이유가 되는지, 피해를 입은 업주는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짚어 본다.



1. 손님의 폭력, 어떤 죄가 되나


가. 폭행죄와 상해죄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면 폭행죄가 성립한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정한다. 목덜미를 때리는 행위는 물론, 상대방의 몸을 향해 침을 뱉는 행위도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평가될 수 있다. 맞은 부위에 타박상이나 염좌 같은 진단이 나오면 상해죄(제257조 제1항,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된다. 폭행과 상해는 법정형부터 크게 다르므로, 피해 직후 진료를 받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업무방해죄

손님이 가게에서 욕설과 행패로 영업을 어렵게 만들었다면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도 검토 대상이다. 여기서 '위력'은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을 넓게 가리킨다. 영업 중인 업주를 때리고 소란을 피워 정상적인 응대를 못 하게 했다면 폭행죄와 별개로 업무방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2. "술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는 통할까


가. 심신미약 감경의 요건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한다. 2018년 개정으로 '감경한다'가 '감경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감경 여부는 법원의 재량이고,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형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실무에서도 단순히 취했다는 주장으로 감경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범행 경위를 기억하고 말하거나, 상대를 골라 공격하거나, 경찰관 앞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쳤다면 판단 능력이 남아 있었다고 보기 쉽다.


나. 법원의 판단

같은 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으킨 사람에게는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이른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다.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도999 판결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까지 포함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을 할 수 없다.


술에 취하면 다툼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 스스로 마셨다면, 그 상태에서 저지른 폭력에 대해 '심신미약'을 내세우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처럼 범행 전에 "심신미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면, 그 말 자체가 판단 능력이 있었다는 정황으로 쓰일 수도 있다.



3. 경범죄 '스티커'로 끝내면 안 되는 이유


가. 범칙금 납부의 효력

음식점에서 술에 취해 주정하거나 거친 말과 행동으로 소란을 피우면 경범죄 처벌법상 음주소란(제3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칙금 통고처분, 이른바 스티커를 발부하고 사건을 끝내기도 한다. 문제는 범칙금을 낸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이다(같은 법 제8조 제3항).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1987 판결
범칙금 납부에는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있으므로, 업무방해 공소사실이 이미 범칙금을 낸 음주소란과 동일한 사건이라면 면소 판결을 하여야 한다.


이 사건도 치킨 호프집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사안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음주소란 스티커가 발부됐고, 대법원은 업무방해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업주가 피해 사실을 분명히 진술하지 않으면 가벼운 경범죄로 정리되고, 더 무거운 죄로 처벌할 길이 막힐 수 있다는 뜻이다.



4. 매장에서 손님에게 폭행을 당했다면


가. 형사 절차에서 챙길 것

먼저 매장 CCTV 원본을 확보해야 한다. 기기마다 저장 기간이 짧게는 며칠에 불과하므로 바로 별도 저장장치에 옮겨 두는 것이 좋다. 다른 손님이나 직원이 있었다면 연락처를 받아 두고, 당일 진료를 받아 진단서를 발급받는다. 경찰이 출동하면 "영업을 방해당했고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사실과 처벌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형법 제260조 제3항). 반면 상해죄와 업무방해죄는 그렇지 않다.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가 이어지므로, 처벌불원서는 합의 내용이 정리된 뒤에 써야 한다.


나. 손해배상은 어떻게 받나

가해자에게는 치료비, 영업하지 못한 기간의 손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50조, 제751조 제1항). 상해죄로 기소되면 형사재판 과정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어 별도 민사소송 없이 치료비와 위자료를 받을 길이 열린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 단순 폭행이나 업무방해는 배상명령 대상 범죄가 아니지만, 피고인과 합의한 금액이 있다면 그 금액은 배상명령으로 받을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가해자가 "합의금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피해를 입은 사람이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다.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반대로 술자리에서 다툼에 휘말려 피의자가 됐다면,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대개 도움이 되지 않는다. CCTV가 있는 사건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면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사과하고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5. 맺으며


자영업자는 손님을 가려 받을 수 없다. 그만큼 매장 안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업주가 위험한 행동을 제지하는 것은 손님 아이의 안전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 말에 폭력으로 답하고 술을 핑계로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를 법은 받아주지 않는다. 다만 그 보호를 받으려면 피해자가 제때 증거를 남기고 처벌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장에서 경범죄 스티커 한 장으로 사건을 덮지 않도록 수사기관도 업주의 피해를 꼼꼼히 들어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사진: Brodie Vissers, CC0(StockSnap·Open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