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타라" 하굣길 유괴 시도, 데려가지 못했어도 처벌되는 이유 [신동우 변호사 칼럼]

"너 귀엽게 생겼다", "집에 데려다 주겠다", "차에 타라". 낯선 어른이 하굣길 아이에게 건넨 말이다. 지난해 8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20대 남성들이 초등학생 4명을 상대로 세 차례 이런 말을 하며 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요구를 거부하고 자리를 피하면서 실제로 데려가지는 못했다.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 2명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죄명은 미성년자유인미수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이다. 경찰은 올해 3월 미성년자유인미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거쳐 정서적 학대 혐의를 더해 지난 8월 불구속 기소했다. 피고인 측은 당시 차량 뒷좌석에 함께 탔던 친구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다음 공판은 12월 18일이다. 사건 초기 경찰이 최초 신고를 오인 신고로 판단해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무죄는 재판에서 가려질 일이다. 다만 아이를 실제로 데려가지 못했는데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 말 몇 마디가 왜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지는 부모라면 한 번쯤 알아 둘 만하다.
1. 데려가지 못했어도 죄가 되는 이유
가. 미성년자유인죄와 미수범 처벌
형법 제287조는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벌금형이 없는 무거운 범죄다. '약취'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데려가는 것이고, '유인'은 속이거나 꾀어서 데려가는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칭찬이나 호의를 앞세워 차에 태우려 했다면 유인이 문제된다.
같은 법 제294조는 제287조의 미수범도 처벌한다. 아이가 거절해 차에 타지 않았더라도, 데려갈 생각으로 꾀는 행위를 시작했다면 미수범이 될 수 있다. 미수범은 형을 감경할 수 있을 뿐 처벌 자체를 면하지는 않는다.
나. 법원의 판단
유인은 반드시 거짓말을 해야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980 판결
유인의 수단인 '유혹'은 기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감언이설로 상대방을 현혹해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이면 되고, 그 내용이 반드시 허위일 필요는 없다.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이 겉으로는 친절처럼 들려도,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를 보호자의 품에서 떼어 자기 차로 옮기려는 수단이었다면 유혹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재판의 핵심은 피고인들에게 아이를 데려갈 의사가 있었는지다. 차 안에서 오간 대화를 확인하려고 동승자를 증인으로 부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2. 말 몇 마디가 아동학대가 될 수 있나
가. 정서적 학대의 범위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누구든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위반하면 제71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은 부모나 교사 같은 보호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길에서 처음 본 어른도 대상이 된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18세 미만인 사람이다(제3조 제1호).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3488 판결
정서적 학대행위에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실제로 저해한 경우뿐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나 가능성이 생긴 경우도 포함되고, 학대의 목적이 없더라도 그 위험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
낯선 어른이 차에 타라고 거듭 권하는 상황은 아이에게 큰 공포로 남을 수 있다. 피고인이 "겁줄 생각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불안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 정서적 학대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검찰이 유인미수와 별도로 이 혐의를 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 아이가 낯선 사람의 접근을 겪었다면
가. 신고는 구체적으로, 증거는 빨리
아이가 "모르는 아저씨가 차에 타라고 했다"고 말하면 장난으로 넘기지 말고 바로 112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이번 사건에서도 최초 신고가 오인 신고로 처리돼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고할 때는 시간, 장소, 차량 색과 차종, 번호판 일부, 상대가 한 말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전해야 수사기관이 상황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현장 주변 상가와 도로의 CCTV, 지나던 차량의 블랙박스는 며칠이면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에 영상 확보를 서둘러 요청하고, 함께 있던 친구와 그 보호자의 연락처도 받아 둔다.
나. 아이의 진술은 있는 그대로
아이의 기억은 어른이 묻는 방식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 아저씨가 너 끌고 가려고 했지?"처럼 답을 정해 놓고 묻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열어 두고 물은 뒤 아이가 쓴 표현을 그대로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면 진술이 흔들릴 수 있으니, 이후 조사는 수사기관 절차에 맡기는 편이 낫다. 아이가 잠을 못 자거나 등교를 두려워하면 진료와 상담을 받고 기록을 남긴다. 아이를 보호하는 일이면서, 정서적 피해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다. 오해로 신고를 당했다면
반대로 길을 묻거나 도움을 주려다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당시 상황을 보여 줄 객관적 자료, 예컨대 차량 블랙박스와 휴대전화 기록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처음 조사에서 한 진술은 끝까지 따라다니므로, 기억이 흐릿한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지 말고 변호인과 함께 조사에 나가는 것이 안전하다.
4. 맺으며
아동 대상 유인 범죄는 결과가 생기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 법이 미수범까지 처벌하고, 말로 아이를 불안에 빠뜨린 행위를 학대로 보는 이유다. 이번 사건의 유무죄는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아이가 꺼낸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어른과 수사기관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음 피해를 막을 수 있는지가 갈린다. 등하굣길 안전 대책도 첫 신고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사진: megforce1, CC0(Flickr·Open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