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후 '성폭행' 허위 신고에 실형, 무고죄는 어디서부터 성립하나 [신동우 변호사 칼럼]

모바일 채팅 앱으로 만난 남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뒤, 그 남성이 빚을 갚으라며 협박하고 여섯 차례 자신을 강간했다고 112에 신고한 20대 여성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재판부는 최근 무고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A씨에게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 무렵 두 사람이 나눈 메신저 대화가 연인이나 친구 사이의 자연스러운 대화였고, 협박이나 지배 관계를 보여 주는 정황은 없었다고 봤다. 오히려 A씨가 남성의 신용카드를 허락받은 용도 밖으로 쓰고 지갑에서 현금 45만 원을 가져간 사실이 드러났다. 남성은 이에 항의하며 연락을 끊자고 했을 뿐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강간죄가 인정되면 무거운 처벌이 예상되고, 성범죄로 기소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평판이 크게 훼손된다는 점, A씨가 지금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1심 판결이지만, 무고죄가 왜 무겁게 다뤄지는지, 그리고 '처벌받지 않은 성범죄 신고'가 곧바로 무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함께 짚어 둘 필요가 있다.
1. 무고죄는 어떤 범죄인가
가. 성립 요건과 법정형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사람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요건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상대를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 수사기관 같은 공무소에 대한 신고, 그리고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라는 점이다.
무고죄가 무거운 이유는 피해가 이중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허위 신고를 당한 사람은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생활과 명예를 잃고, 국가는 엉뚱한 사람을 수사하느라 수사력을 낭비한다. 특히 강간죄는 형법 제297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중범죄여서, 허위 성범죄 신고는 상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이번 재판부가 실형을 택한 것도 이 점을 무겁게 본 것으로 읽힌다.
나.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성립한다
무고죄는 허위 신고가 수사기관에 도달하는 때 이미 완성된다. 나중에 마음을 바꿔 고소를 취소하거나 고소장을 돌려받아도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대법원 1985. 2. 8. 선고 84도2215 판결
허위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관에게 제출한 때 이미 허위사실의 신고가 수사기관에 도달해 무고죄의 기수에 이른 것이므로, 그 후 고소장을 되돌려 받았더라도 무고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
홧김에 고소장을 냈다가 "취소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법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2. 무고와 '증거 부족'은 다르다
가. 허위라는 점은 적극적으로 증명돼야 한다
반대로 성범죄 신고가 불기소되거나 무죄로 끝났다고 해서 신고한 사람이 곧바로 무고죄로 처벌되는 것도 아니다. 성범죄는 둘만 있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증거가 부족한 일이 흔하다. "범죄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과 "신고가 거짓이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나. 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성폭행 피해 신고가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났다는 것 자체를 무고의 적극적 근거로 삼아 신고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했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피해자의 대처 방식을 쉽게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피해 직후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가해자와 연락을 이어 갔다는 사정만으로 거짓 신고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다. 이번 사건에서 무고가 인정된 이유
이번 사건이 무고로 판단된 것은 단순히 강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신고 내용의 핵심인 협박과 강압을 뒤집는 객관적 자료, 즉 당시의 메신저 대화가 있었고, 오히려 신고자 쪽이 상대의 카드와 현금을 무단으로 쓴 정황까지 확인됐다.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가 있었기에 유죄가 나온 것이다.
3. 실무에서 챙겨야 할 것
가. 허위 신고를 당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시의 객관적 자료를 지키는 것이다. 메신저 대화, 통화 기록, 계좌·카드 거래 내역, 만남 전후의 이동 경로를 보여 주는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거나 구하기 어려워진다. 대화방을 나가거나 기록을 지우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으니 휴대전화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첫 조사에서의 진술은 사건 끝까지 따라다닌다. 억울하다는 감정에 기억나지 않는 부분까지 단정해 말하면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린다. 혐의를 벗은 뒤 무고로 고소할지는 그다음 문제다. 앞서 본 판례처럼 불기소나 무죄만으로는 무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신고가 거짓이라는 구체적 자료를 갖춰 판단해야 한다.
나. 실제 피해를 신고하려는 사람이라면
무고죄가 두려워 신고를 망설일 이유는 없다. 겪은 일을 사실대로 신고한 것이라면 결과가 불기소로 나오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를 더 무겁게 처벌받게 하려고 없는 사실을 덧붙이는 것은 위험하다. 정황을 다소 과장한 정도는 무고가 되지 않지만, 범죄 성립을 좌우하는 핵심 사실을 꾸며 내면 그 부분만으로도 무고죄가 될 수 있다. 피해 직후의 대화, 진료 기록, 주변에 털어놓은 시점과 내용을 기록해 두는 것이 진술을 뒷받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다. 이미 허위 신고를 했다면
형법 제157조는 제153조를 준용해, 무고죄를 범한 사람이 신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거나 자수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정하고 있다. 고소 취소만으로는 죄가 없어지지 않지만, 상대에 대한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스스로 사실을 밝히면 처벌을 크게 줄일 길이 열려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피해는 커지고 이 기회도 사라진다.
4. 맺으며
무고는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리고, 진짜 성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까지 의심받게 만든다는 점에서 해악이 크다. 그렇다고 성범죄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신고인을 거짓말쟁이로 모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법원이 허위의 '적극적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두 가치를 함께 지키기 위해서다. 이번 판결은 객관적 증거로 허위가 드러난 사건에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신호로 읽어야 하고, 피해 신고 자체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사진: Joe Gratz, CC0(Flickr·Open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