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3. 19. 선고 2024도163 전원합의체 판결 [ 모해위증 ]
【판시사항】
[1]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소송절차의 분리로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난 경우,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적격이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현재 법리는 유지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갑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의 공무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설계도면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하였음에도 마치 설계도면대로 공사한 것처럼 컴퓨터로 조작한 현장사진을 감리단을 통해 공사발주처에 제출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회사 운영자 갑과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 다른 공동피고인 갑에 대한 증인으로 증언함에 있어, 사실은 갑으로부터 현장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그와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등 갑이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갑을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모해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이 문제 된 사안에서, 피고인과 갑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갑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언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갑을 모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대법원은 2008. 6. 26. 선고 2008도3300 판결, 2012. 10. 11. 선고 2012도6848, 2012전도143(병합) 판결, 2012. 12. 13. 선고 2010도10028 판결, 2024. 2. 29. 선고 2023도7528 판결 등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이러한 판례 법리를 ‘현재 법리’라 한다).
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적격이 있는지에 관한 현재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증인’이란 재판절차 등에서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제3자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146조가 “법원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므로,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피고인을 제외한 제3자는 누구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소송절차가 분리된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더 이상 피고인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증인이 될 수 있다.
(나)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상 자기부죄거부특권을 보장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누구든지 자기가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증언거부권의 보장을 위해 형사소송법 제160조가 ‘재판장은 신문 전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므로, 이러한 증언거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후 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그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한 질문을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의 진술거부권 내지 자기부죄거부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그와 같이 증인적격이 인정되는 피고인이 증인신문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160조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음에도 자신의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허위로 진술하였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자기부죄거부특권에 관한 것이거나 그 밖에 증언거부사유가 있는데도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하여 그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사실상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위증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재판실무는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을 분명하고 알기 쉽게 고지하는 등 소송지휘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재판실무까지 고려하면, 소송절차 분리를 전제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하는 것이 곧바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증언거부권 행사가 자기의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 암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증언거부권 행사가 곤란할 것이라는 우려는, 증인신문이 아닌 피고인신문 등 재판절차의 다른 국면에서 피고인의 침묵으로 말미암아 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게 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우려가 있다고 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적격 자체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라) 소송절차를 분리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증인으로 신문한 후 다시 소송절차를 병합하여 다른 공동피고인과 함께 심리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등 소송절차가 종국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으로 분리되었을 뿐인 경우라고 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달리 볼 수 없다.
소송절차의 병합 또는 분리는 소송경제와 신속한 재판, 실체적 진실발견의 요청, 검사 측 증명이나 피고인 측 방어의 편의, 공범 사이에서 사건 처리의 형평과 합일적 사실인정 및 양형의 균형 필요성, 그 밖에 구체적인 사건에서 병합 또는 분리 심리의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병합 또는 분리의 선택이나 활용 방법은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형사소송법 제300조).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가 단지 형식적·관념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 그러한 분리 상태에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는, 실질적으로 소송절차 진행에 관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을 문제 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공동피고인별로 소송절차를 종국적으로 분리하더라도(처음부터 공범을 분리하여 기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수소법원이 그 사건들을 병행하여 심리한다면 법관의 심증 형성 측면에서 소송절차의 일시적 분리와 특별히 다르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범 사이에서는 해당 범죄사실에 관하여 서로 증인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아닌 한 소송절차의 종국적 분리와 일시적 분리를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만 현재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마)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을 인정할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 마약범죄,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과 같이 여럿이 또는 조직적으로 공모하여 범행을 하였는데 그러한 공모나 범죄 가담 행위에 관한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기 어려운 유형의 사건에서는 사실상 공범의 진술에 의해서만 공소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적정절차에 따른 신속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고려할 때, 공범들에 대한 소송절차가 병합되어 진행되는 경우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하는 진술의 정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에게 진실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이를 어길 때에는 위증의 벌을 받는다는 경고를 명확하게 하고 그로 하여금 선서한 후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을 받으면서 진술하게 하는 증인신문 방식이, 위증의 벌이라는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데다가 진술거부권으로 인하여 다른 공동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어려울 수 있는 피고인신문 방식보다 더 적합하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범인 공동피고인을 다른 공동피고인이 신문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피고인신문은 원칙적으로 증거조사 종료 후에 피고인을 상대로 공소사실 및 정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신문하여(형사소송법 제296조의2 제1항 본문) 해당 피고인의 의견 또는 입장을 밝히게 함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다른 공동피고인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하여 해당 피고인이 경험한 사실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대법관 오경미의 반대의견]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 소송절차가 분리되었더라도 그것이 종국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으로 분리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으로 진술하더라도 자신의 범죄혐의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였다면, 해당 피고인은 그 진술 부분에 관하여서는 실질적으로 피고인의 지위에서 진술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 그에게 증인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그가 허위진술을 하였더라도 이를 위증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소송절차가 일시적이라도 분리된 이상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피고인이 아닌 제3자로서 별다른 제한 없이 언제나 증인적격이 있고 이에 따라 그가 자신의 범죄혐의사실에 관하여 한 허위진술에 대하여도 모두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2] 갑이 운영하는 건설회사의 공무부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설계도면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하였음에도 마치 설계도면대로 공사한 것처럼 컴퓨터로 조작한 현장사진을 감리단을 통해 공사발주처에 제출하여 공사대금을 편취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회사 운영자 갑과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 다른 공동피고인 갑에 대한 증인으로 증언함에 있어, 사실은 갑으로부터 현장사진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그와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등 갑이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취지로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갑을 모해할 목적으로 위증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는데, 모해위증죄의 주체와 관련하여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이 문제 된 사안에서,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해당 소송절차에서는 피고인의 지위에 있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없으나, 소송절차가 분리되어 피고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현재 법리는 타당하여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과 갑에 대한 소송절차가 분리된 상태에서 피고인이 갑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언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이 갑을 모해할 목적으로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2항, 형법 제30조, 제152조, 형사소송법 제146조, 제148조, 제150조, 제160조, 제161조 제1항, 제161조의2, 제283조의2, 제294조 제1항, 제296조의2, 제300조, 제308조, 제312조 제1항, 제3항 [2] 형법 제30조, 제152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도3300 판결(공2008하, 1487)
대법원 2010. 1. 21. 선고 2008도94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0상, 465)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도6848, 2012전도143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도10028 판결
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3도752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