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산대도 직원도 없는 가게에서 꽃이 무더기로 사라졌다. 머니투데이가 24일 JTBC '사건반장' 보도를 인용해 전한 대전 서구의 무인 꽃집 이야기다. 10년째 꽃집을 하다 2년 전 매장을 무인으로 바꾼 주인은 지난 8월 30일 꽃시장에 다녀온 뒤 진열해 둔 꽃이 통째로 없어진 것을 알았다. 결제 내역은 없었다. CCTV에는 중학생 둘이 매장에서 양말을 벗고 이야기를 나누고 꽃 사진을 찍다가 진열된 꽃을 가방에 잔뜩 담아 나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주인의 우산까지 들고 갔고, 매장에는 양말과 장난감이 남았다. 피해액은 30만 원어치다.
주인은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CCTV 화면을 캡처해 SNS에 올렸다. 다음 날 밤 익명의 제보로 한 학생의 SNS 사진을 받아 경찰에 넘겼는데, 정작 그 학생은 주인의 게시물에 "본인 등장"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다른 학생의 어머니는 영상을 내려 달라며 아이를 데리고 찾아가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더니, 결국 "아이 내놨다. 감옥 가든 말든 책임 안 지겠다"고 통보했다. 주인은 민사소송을 내기로 했고, 경찰은 두 학생이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어서 다른 사건과 병합해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낼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 사건에는 세 가지 질문이 겹쳐 있다. 촉법소년은 정말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가. 꽃값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CCTV 장면을 SNS에 올린 주인은 법적으로 안전한가.
1. '촉법소년'이라는 말의 정확한 뜻
가. 형벌은 받지 않지만 사건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징역이나 벌금 같은 형벌을 과할 수 없다는 뜻이지, 그 행위가 범죄가 아니라거나 아무 절차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이런 소년이 있으면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도록 한다. 경찰이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고 한 것이 바로 이 절차다. 기사에 '다른 사건과 병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학생들이 연루된 사건이 이번 한 건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 소년부에서 받는 보호처분
소년부 판사는 심리 결과 필요하다고 보면 소년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보호처분을 한다. 보호자 감호 위탁(1호)부터 수강명령(2호), 보호관찰(4·5호), 소년보호시설 감호 위탁(6호), 소년원 송치(8~10호)까지 열 가지다.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수강명령과 장기 소년원 송치는 12세 이상에게만, 제3항에 따라 사회봉사명령은 14세 이상에게만 할 수 있다. 중학생이면 소년원 송치까지 가능한 나이다. 다만 제6항은 보호처분이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해, 전과로 남지는 않는다.
다. 14세였다면 '특수절도'
만약 두 학생이 14세 이상이었다면 적용되는 조문부터 달라진다. 형법 제329조의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제331조 제2항은 2명 이상이 합동하여 절취하면 특수절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벌금형이 아예 없다. 둘이 함께 가게에 들어가 꽃을 나눠 담았다면 바로 이 조문이 문제 된다. 30만 원어치 꽃이라고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2. 꽃값 30만 원은 누구에게 받나
가. 학생 본인의 책임
형사처벌과 민사책임은 별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 배상책임을 지우고, 미성년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다만 제753조는 미성년자가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책임이 없다고 정한다. 이른바 책임능력이다. 법원은 나이를 일률적으로 끊지 않고 사안마다 판단하는데, 실무상 중학생 정도면 자기 행위가 잘못이라는 것을 알 지능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학생 본인이 배상의무자다. 문제는 중학생에게 갚을 재산이 없다는 데 있다.
나. 부모의 책임은 두 갈래
부모의 책임은 자녀에게 책임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근거가 달라진다. 책임능력이 없으면 제755조 제1항에 따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부모가 배상하고,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모 쪽에서 증명해야 책임을 벗는다. 책임능력이 있으면 부모는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지는데, 이때는 피해자가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 구조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다240021 판결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미성년자의 부모는 자녀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일반적·일상적으로 지도와 조언을 할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한다.
같은 판결은 이혼으로 친권자·양육자가 아닌 부모는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감독의무를 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낼지 정할 때 가족관계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기사 속 어머니의 "아이 내놨다"는 말은 감정의 표현이었겠지만, 법적으로는 감독의무를 스스로 내려놓았다는 자료가 될 뿐 책임을 면하게 해 주는 말이 아니다.
다. 배상의 범위와 연대책임
배상 범위는 꽃값 30만 원과 우산 값, 그 밖에 입증되는 재산상 손해다. 두 학생이 함께 저질렀으므로 민법 제760조 제1항에 따라 연대책임이고, 피해자는 어느 쪽에든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재산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므로, 청구는 실제 손해를 항목별로 정확히 세우는 쪽이 낫다.
3. CCTV 장면을 SNS에 올린 주인은 괜찮은가
가. 초상권, 범인이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억울함을 알리려 범행 장면을 올리는 일은 이제 흔하다. 그러나 법은 이 행위를 따로 심사한다. 누구나 자기 얼굴을 함부로 촬영당하거나 공표당하지 않을 초상권을 가지고, 그 대상이 절도 피의자라고 해서 권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그 기준을 이렇게 밝혔다.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증거 수집 목적이었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다만 공중의 정당한 관심 대상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 내용·방법이 부당하지 않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고, 위법하지 않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
이 기준에 비추면 CCTV 영상을 경찰에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보는 SNS에 미성년자의 얼굴이 식별되게 올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범인을 찾아야 할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얼굴을 가리는 방법으로도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면 '방법의 상당성'에서 불리해진다. 더구나 상대가 14세 미만이면 피해이익의 보호가치는 더 무겁게 평가된다.
나. 명예훼손, '사실'이어도 처벌될 수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적시한 내용이 진실이어도 성립하는 범죄다. 인터넷에 올리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이 적용돼 비방할 목적이 있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워진다.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다른 무인점포 주인들에게 주의를 주려는 목적이었다면 공익성을 주장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게시물에 조롱이나 신상 추정이 섞이고 얼굴까지 드러났다면 그 여지는 좁아진다. 이 죄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데, 절도 사건의 가해자 쪽에서 거꾸로 고소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시각
매장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 제2호와 제3호가 허용하는 범죄 예방과 시설 안전을 위해 설치된 것이고, 같은 조 제5항은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기를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는 것을 금지한다. 촬영된 영상은 개인정보이므로 제18조에 따라 수집 목적 밖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같은 조 제2항 제7호가 범죄 수사를 위한 제공을 허용한다. 수사기관에 주는 것과 SNS에 공개하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또 한 번 갈린다.
4. 무인점포 주인과 학생 부모가 지금 할 일
가. 점주라면
첫째, 결제 내역과 CCTV 원본을 날짜별로 보존하고 즉시 신고한다. 영상은 경찰에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공개가 꼭 필요하다면 얼굴과 신체 특징을 가린 뒤 범행 사실만 담백하게 적는다. 둘째, 소년부 송치는 형사절차가 다른 길로 갔다는 뜻이지 배상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다. 소년법 제70조는 소년 보호사건과 관계있는 기관이 재판·수사 목적 외의 조회에 응하지 못하게 하므로, 나중에 가해자 신원을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경찰 단계에서 부모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셋째, 합의가 안 되면 학생과 부모를 함께 피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낸다. 액수가 작아 소액사건으로 진행되고,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안에 내야 한다.
나. 학생 부모라면
보호처분은 소년의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을 보고 정해진다. 찾아가겠다고 해 놓고 약속을 어기는 것은 소년부 심리에서도, 뒤따르는 민사소송에서도 가장 나쁜 선택이다. 피해액을 변상하고 사과한 사실은 기록으로 남겨 두고, 자녀의 얼굴이 식별되는 게시물이 남아 있다면 삭제를 정중하게 요청하되 그 요청과 변상을 맞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5. 맺으며
무인점포는 손님의 양심과 점주의 신뢰 위에 서 있는 영업 형태이고, 그 신뢰가 깨질 때 점주가 가장 먼저 꺼내 드는 것이 SNS다. 그러나 법은 피해자의 분노와 가해자의 권리를 따로 저울에 올린다. 촉법소년이라는 말은 책임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책임을 묻는 길이 다르다는 뜻이고, 그 길은 소년부와 민사법정에 열려 있다. 피해자가 그 길을 몰라 스스로 가해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하고, 부모가 "아이 내놨다"는 말로 자녀의 몫을 떠넘길 수 있는 일도 아니어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5.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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