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0. 26.

침 맞으러 갔다가 숨진 90대, 한의사의 과실은 어디까지 책임지나

가슴 침 시술 뒤 90대 환자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한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 책임,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 민사 배상과 유족이 할 일을 정리했다.

사진 Kim Siever, 퍼블릭 도메인(Openverse)

허리가 아파 동네 한의원을 찾은 92세 노인이 그날 숨졌다. 한의사가 가슴 부위에 놓은 침 세 개 가운데 하나가 너무 깊이 들어가 심장막 안쪽에 미세한 심근 파열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최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단독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68세 한의사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기사에 드러난 사실관계는 이렇다. 사고는 2022년 8월 세종시의 한 한의원에서 일어났다. 환자가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했는데도 한의사는 약 15분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환자는 의식을 잃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진맥도 하지 않았고, 가슴 부위 시침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으며, 진료기록부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원은 결과가 무겁다고 보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

침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치료다. 그래서 "침 맞다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나" 하고 의아해하는 분이 많다. 그러나 법은 양방이든 한방이든 몸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같은 잣대를 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방 의료사고에서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이 어떻게 갈리는지, 피해 가족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정리해 본다.

1. 침 시술 사고에 적용되는 법

가. 업무상과실치사죄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한의사의 진료는 전형적인 '업무'이고, 시술 과정에서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어겨 환자가 숨졌다면 이 조항이 적용된다. 이 조항의 벌금형 상한이 2천만 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벌금 2,000만 원이 결코 가벼운 액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과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시술 자체의 과실이다. 가슴처럼 바로 아래에 폐와 심장이 있는 부위는 침의 깊이와 방향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후 대처의 과실이다. 환자가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데도 응급조치나 전원 없이 시간을 보냈다면 그 자체로 주의의무 위반이 문제 된다.

나.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

의료법 제22조 제1항은 의료인이 진료기록부를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도록 정한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90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진료기록부는 단순한 행정 서류가 아니다. 사고가 났을 때 어느 부위에 어떤 깊이로 시술했는지 보여 주는 거의 유일한 기록이다. 기록이 없으면 의료인은 자신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사정을 스스로 입증하기 어려워지고, 법원도 기록이 없다는 사정을 불리하게 볼 수 있다.

2.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따로 움직인다

가. 형사책임에는 '인과관계'의 벽이 있다

의료사고로 형사처벌을 하려면 과실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과실 때문에 결과가 생겼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봉침 시술 사건에서 이 원칙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상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업무상 과실로 형사책임을 지려면 상해와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설명이 부족했더라도 설명을 들었다면 환자가 시술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업무상과실치상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유지했다. 반대로 이번 세종 사건처럼 침이 심장막을 뚫어 심근 파열을 일으켰다는 감정 결과가 있다면, 시술상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연결고리는 비교적 뚜렷해진다.

나. 민사책임은 증명 부담이 완화된다

민사 손해배상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의료 과정은 대부분 의료인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환자 측의 증명 부담을 덜어 주는 법리를 쌓아 왔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을 증명하고, 그 결과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끼어들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인이 다른 원인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될 수 있다.

같은 판결은 설명의무를 어긴 경우 환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은 데 대한 위자료는 설명이 부족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형사재판에서 인과관계가 부정되더라도 민사에서는 위자료 등 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남는 이유다.

3. 피해 가족이 지금 할 일

가. 진료기록부터 확보한다

의료법 제21조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진료기록 열람과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나 직계 존속·비속 등이 친족관계 증명서를 첨부해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사고 직후 가능한 한 빨리 한의원과 이송된 병원 양쪽의 기록을 모두 받아 두어야 한다. 기록이 아예 없다는 답을 들었다면 그 답변 자체를 문자나 녹음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환자가 숨졌다면 사인을 밝히는 부검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침이 어느 장기를 어떻게 손상했는지는 부검과 감정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렵다. 시술 시각, 통증을 호소한 시각, 구급차를 부른 시각도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으로 정리해 둔다. 이번 사건에서 '15분 방치'가 핵심 사실이 된 것처럼, 시간 순서가 과실 판단을 좌우한다.

나. 고소, 조정, 소송 가운데 길을 고른다

형사 절차는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사망 사건은 감정이 필수라 수사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민사적으로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는 사망 사고의 경우 상대방이 응하지 않더라도 조정절차를 바로 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이미 소송을 낸 사건은 조정 신청이 각하되므로 순서를 잘 정해야 한다.

다. 기한을 놓치지 않는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민법 제766조). 의료분쟁 조정 신청도 의료사고의 원인이 된 행위가 끝난 날부터 10년,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안에 해야 한다. 형사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리다 민사 기한을 넘기는 일이 실제로 적지 않다.

4. 익숙한 치료일수록 기본을 지켜야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합의가 형량을 크게 좌우했다는 점이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사고 직후 기록을 정리하고 유족과 성실하게 소통하는 것이 형사 절차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고를 숨기거나 기록을 사후에 고치는 행위는 의료법 제22조 제3항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행위로, 사건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침과 뜸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던 치료라 위험이 가볍게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법이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국 같은 기본이다. 시술 전에 상태를 살피고, 위험을 설명하고, 기록을 남기고, 이상이 생기면 지체 없이 응급조치와 전원을 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가 지켜졌다면 92세 환자의 마지막 하루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6.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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