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0. 27.

입 헹굴 물 한 잔 안 줬다고 음주측정 무효? 대법원이 절차를 따진 이유

입 헹굼 물 없이 잰 음주측정 결과를 위법수집증거로 본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음주측정 절차, 처벌 구간, 단속 현장과 재판에서 확인할 점을 정리했다.

사진 Tim Savage, CC0 퍼블릭 도메인(StockSnap)

도로 한가운데 시동이 켜진 차가 서 있고 운전석에서 한 남성이 자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2023년 12월 세종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출동한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데려갔고,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였다. 술을 마신 채 약 3km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2019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적이 있었다. 1심과 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이 판결을 깨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유는 뜻밖에도 물 한 잔이었다. 경찰이 측정 전에 입을 헹굴 물을 주지 않았으니 그 측정 결과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여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술에 취해 도로 한복판에서 잠든 사람이 물 한 잔 때문에 처벌을 피하느냐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이 판결은 음주운전을 가볍게 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시민을 처벌할 때 지켜야 할 절차를 무겁게 본 것이다. 판결의 의미와 음주단속 현장에서 알아 두어야 할 점을 정리해 본다.

1. 음주측정은 어떤 절차로 이루어지나

가. 호흡측정과 혈액채취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제4항은 그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으로 정한다. 제2항은 경찰공무원이 운전자가 술에 취했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정하며, 제3항은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해 그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측정의 방법과 절차는 제6항에 따라 행정안전부령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맡겨져 있다.

나. 입 헹굼 물은 왜 필요한가

호흡측정기는 폐에서 나오는 숨 속 알코올을 재서 혈중농도를 환산한다. 입안에 남은 알코올이 함께 측정되면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보도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측정 전에 운전자에게 입안의 잔류 알코올을 헹궈낼 물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1·2심은 이를 경찰 내부지침 정도로 보았고, 술을 마친 뒤 20분 이상 지났으면 잔류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진다는 점, 운전자가 갑자기 측정기를 물고 숨을 불어넣어 물을 줄 틈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측정 결과를 증거로 인정했다.

2. 대법원은 왜 측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나

가. 시행규칙은 '내부지침'이 아니다

대법원은 입 헹굼 물 제공 규정이 경찰 내부의 업무 처리 기준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법규명령이라고 보았다. 경찰은 물을 제공하고 입안을 충분히 헹구도록 안내하고 권유해야 하며, 운전자가 실제로 헹구는 것까지 요구되지는 않지만 운전자가 잠들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절차를 건너뛸 수는 없다고 했다. 음주를 마친 뒤 20분이 지나면 잔류 알코올의 영향이 없어진다는 주장도, 관련 연구가 제한된 조건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실제 단속 상황에서 과대 측정의 위험이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한다. 법원은 음주운전 사건에서도 이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영장 없이 채취한 혈액에 관한 판결이다.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수사기관이 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 없이 피의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혈액을 채취한 뒤 사후에도 지체 없이 영장을 받지 않았다면, 그 혈중알코올농도 감정 결과는 영장주의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로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동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

같은 판결은 사고 뒤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옮겨진 운전자처럼 긴급한 경우에는 영장 없이 채혈할 수 있되, 사후에 지체 없이 압수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측정 수치가 아무리 명확해 보여도 그 수치를 얻은 과정이 법이 정한 절차를 벗어났다면 법원은 그 수치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 0.081%라는 숫자가 갖는 무게

이 사건에서 절차가 더 중요했던 이유는 수치 자체에 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은 처음 적발된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구간을 나눈다.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안에 다시 위반하면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0.03% 이상 0.2% 미만이라도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거워진다. 0.001% 차이로 처벌 구간이 바뀌는 구조에서, 잔류 알코올로 수치가 부풀려질 가능성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3. 음주단속 현장에서 알아 둘 것

가. 측정을 받는 운전자라면

측정 요구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 제1호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운전 후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더 마시는 이른바 음주측정방해행위도 제44조 제5항으로 금지되고 같은 처벌을 받는다. 할 수 있는 것은 측정에 응하면서 절차를 확인하는 일이다. 측정 전에 입 헹굼 물을 받았는지,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시각과 측정 시각이 언제인지 기억해 두고, 수치에 납득이 가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혈액 채취에 의한 재측정을 요구할 수 있다.

나. 이미 기소됐다면

측정 과정의 기록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주취운전자 정황진술보고서, 측정 결과지, 단속 경찰관의 진술, 지구대 영상 등을 통해 물 제공 여부와 측정 시각, 측정 방법을 따져야 한다. 절차상 흠이 있다면 1심부터 증거능력을 다투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측정 결과가 배제된다고 해서 곧바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목격자 진술, 운전 경위, 음주량과 시간 등 다른 증거로 술에 취한 상태가 증명될 수 있고, 이번 사건도 무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원심이 다시 판단하게 된 것이다. 형사재판과 별개로 운전면허 행정처분도 따로 진행되므로 두 절차를 함께 챙겨야 한다.

4. 맺으며

물 한 잔은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숫자는 사람의 자유를 가르는 근거가 되고, 그 숫자가 정확하다는 믿음은 정해진 절차를 지켰을 때에만 생긴다. 음주운전은 엄하게 처벌해야 할 범죄이고, 이번 판결이 그 원칙을 흔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단속 현장이 절차를 지켜야 처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 운전자는 술을 마셨다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이고, 수사기관은 바쁜 현장일수록 기본 절차를 생략하지 않는 것이 유죄를 지키는 길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7.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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