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다쳐도 신고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주먹을 주고받는 싸움을 청소년들은 '야차룰'이라고 부른다. 보호장비 없이 주먹과 발로 싸운다는 뜻의 은어인데, 일부는 미리 각서까지 쓴다고 한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자료 기준으로 야차룰 등 신종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24학년도 107건에서 2025학년도 223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올해도 3월부터 8월까지 160건이 심의됐다. 올해 8월까지 집계된 피해 학생 243명 가운데 173명(71.2%)이 중학생이었다.
싸움은 대개 구경꾼 앞에서 벌어지고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긴다. 지난 9월 제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중학생 2명이 또래 1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움을 벌였고, 경찰은 두 학생을 특수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시의 한 공원에서는 싸움을 강요받은 20대 여성이 10대 2명과 싸우다 숨졌다. 경찰은 싸움을 강요한 20대 남녀를 공동강요 혐의로 구속했고, 폭행에 가담한 10대 2명에게는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서로 동의했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아이들 사이에서 꽤 그럴듯하게 통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법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합의한 싸움이 왜 범죄가 되는지, 구경하고 찍은 학생은 어떤 책임을 지는지, 부모와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례로 정리한다.
1. '신고 안 하기' 약속은 법적으로 아무 힘이 없다
가. 피해자의 승낙과 그 한계
형법 제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의 승낙을 받아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야차룰을 하는 학생들이 기대는 논리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승낙이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허용하지 않는다. 승낙이 위법성을 없애려면 그 승낙 자체가 윤리적·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9606 판결위법성이 조각되는 피해자의 승낙은 법률상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의 승낙이어야 할 뿐 아니라 윤리적·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이 판결은 보험금을 노리고 서로 짜고 상해를 입힌 사건이지만, 법리는 같다. 다치게 하려고 맨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싸움을 사회가 용인할 리 없고, 상대가 미성년자라면 더욱 그렇다. 각서는 범행을 미리 계획했다는 정황이 될 뿐, 책임을 덜어 주는 서류가 아니다.
나. 서로 때렸으니 정당방위라는 주장도 어렵다
맞은 쪽도 때렸으니 '먼저 맞아서 막았을 뿐'이라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처음부터 싸우기로 하고 주고받은 주먹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다.
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야차룰 싸움의 두 당사자는 서로에 대한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다. 쌍방폭행 사건이 되는 것이다.
2. 어떤 죄가 되고 얼마나 무거운가
가. 폭행에서 폭행치사까지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아이들은 '신고만 안 하면 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상처가 생기면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가 되고, 상해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처벌된다. 폭행 끝에 사람이 숨지면 제262조와 제259조 제1항에 따라 상해치사의 예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치는 일은 순식간이고, 청주 사건이 보여주듯 그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나. 구경꾼이 많으면 죄가 무거워진다
형법 제261조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한 경우를 특수폭행으로 보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수폭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은 2명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상해·강요 등을 저지르면 형법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이때 폭행죄의 반의사불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여럿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싸움을 붙이는 순간, '신고하지 말자'는 약속은 더욱 의미를 잃는다.
다. 싸움을 붙이고, 부추기고, 찍은 사람
싸움을 시킨 사람은 형법 제324조 제1항의 강요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로 처벌될 수 있다. 직접 때리지 않았더라도 범행을 도운 사람은 형법 제32조에 따라 종범으로 처벌되며, 형은 정범보다 감경된다. 옆에서 환호하며 싸움을 이어가게 하거나 촬영해 주기로 하고 판을 깔았다면 가담 정도에 따라 방조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영상을 SNS에 올려 피해 학생을 조롱했다면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의3의 사이버폭력에 해당하고, 형사상 명예훼손·모욕과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도 번진다.
3. 학교와 소년사건 절차는 따로 굴러간다
가. 학교폭력 심의와 처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폭행·강요·사이버폭력 등으로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정의한다. 학교 밖 지하주차장에서 합의하고 싸웠어도 학교폭력이다. 같은 법 제20조 제1항은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학생끼리 맺은 '신고 금지' 약속은 이 의무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심의위원회는 제17조 제1항에 따라 서면사과부터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의무교육과정 제외)까지의 조치를 교육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쌍방 싸움이면 두 학생 모두 가해학생이자 피해학생으로 심의를 받는다.
나.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형사 절차
형법 제9조에 따라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은 형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을 소년부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정하고 있어, 보호처분은 받을 수 있다. 14세 이상이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사안에 따라 소년부 송치나 형사재판으로 나뉜다. 중학생이 대부분인 야차룰 사건은 같은 싸움에서도 학생마다 나이에 따라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
4. 부모와 학생이 지금 해야 할 일
가. 내 아이가 다쳤다면
먼저 병원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받아 둔다. 영상이 퍼지고 있다면 게시물 주소와 화면을 캡처해 남긴 뒤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한다. 삭제가 먼저면 증거가 사라진다. 학교에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상해가 크거나 다수가 가담했다면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것을 검토한다. 아이가 '내가 동의했다'며 신고를 꺼리더라도,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상대의 책임을 없애지 않는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
나. 내 아이가 때렸거나 구경했다면
아이 휴대전화에 남은 대화와 영상을 지우게 해서는 안 된다. 증거인멸로 비칠 수 있고, 오히려 누가 싸움을 제안했고 누가 강요했는지를 밝혀 줄 자료가 그 안에 있다. 쌍방 싸움에서는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지, 다친 정도가 어떤지가 처분과 처벌 수위를 가른다. 상대 학생에 대한 사과와 치료비 배상은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 책임과도 이어지는 문제이므로, 학교 심의와 수사 절차를 함께 보고 합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
다. 영상이 돌고 있다면
영상을 다시 공유하거나 댓글로 조롱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사이버폭력이 될 수 있다. 받은 영상은 퍼뜨리지 말고, 필요하면 학교나 수사기관에 증거로만 제출한다.
5. 맺으며
야차룰은 '합의'라는 말로 폭력을 놀이처럼 포장한다. 그러나 법은 아이들이 쓴 각서보다 다친 몸과 남은 영상을 본다. 서로 동의한 싸움도 폭행이고, 다치면 상해이며, 구경꾼이 많으면 특수폭행이 된다. 교육 당국이 예방교육을 늘리고 영상 삭제 공조를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들이 '신고하지 않기로 했으니 괜찮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도록 어른들이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한다.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의리가 아니라, 친구를 다치게 하는 일이라는 점을 말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8.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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