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1. 1.

폭행 경찰조사, 쌍방폭행·정당방위 주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폭행 경찰조사 출석 전 준비할 것, 조사 절차와 변호인 참여, 쌍방폭행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기준을 판례와 함께 정리했다.

폭행 사건으로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그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으는 것이다. 상대방도 나를 때렸다면 쌍방폭행이 되지만, 내가 한 행동이 일방적인 공격을 벗어나려는 저항이었다면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이 주장은 조사실에서 말로만 해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첫 진술부터 영상과 진단서 같은 객관적 자료로 짜임새 있게 해야 한다.

폭행 사건은 대부분 술자리, 주차 시비, 층간소음, 길거리 말다툼처럼 예고 없이 벌어진다. 그래서 막상 출석 요구 전화를 받으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서로 주먹이 오간 경우에는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를 두고 진술이 엇갈리고, 양쪽 모두 피의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일이 흔하다. 폭행 경찰조사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쌍방폭행에서 정당방위는 언제 인정되는지, 조사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례로 정리한다.

1. 폭행 사건은 어떤 죄로 다뤄지나

가. 단순폭행과 상해는 무게가 다르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여기서 폭행은 때리는 것뿐 아니라 밀치기, 멱살 잡기처럼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를 넓게 가리킨다. 그런데 그 결과 상대방이 다쳤다면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가 되고,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크게 올라간다. 상대방이 진단서를 냈는지에 따라 사건의 무게가 달라지는 이유다.

나. 단순폭행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

형법 제260조 제3항은 단순폭행죄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로 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상해죄에는 이런 규정이 없어 합의를 하더라도 사건 자체는 계속 진행되고, 합의는 형을 정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뿐이다. 그래서 같은 다툼이라도 상처가 있었는지, 그 상처가 폭행으로 생긴 것인지가 수사 초기부터 중요한 쟁점이 된다.

2. 폭행 경찰조사는 이렇게 진행된다

가. 출석 요구와 조사 당일

형사소송법 제200조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 보통 담당 수사관이 전화나 문자로 출석 일정을 잡는데, 사정이 있으면 날짜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 따라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진술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진술한 내용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나. 변호인은 조사실에 함께 들어갈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피의자나 가족 등이 신청하면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하게 하도록 정하고 있다.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이 끝난 뒤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신문 중에도 부당한 신문 방법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쌍방폭행 사건처럼 한마디 표현에 따라 공격과 방어가 뒤바뀌는 사건에서는 이 참여권이 실제로 큰 차이를 만든다.

다. 조사가 끝난 뒤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에 따라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유를 적은 서면과 함께 기록을 검사에게 보낸다. 이른바 불송치 결정이다.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 등은 같은 법 제245조의7에 따라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해당 사법경찰관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있으면 사건은 검사에게 송치된다. 맞고 나서도 억울하게 끝났다고 느끼는 피해자라면 이 기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3. 쌍방폭행에서 정당방위는 언제 인정되나

가. 싸움은 원칙적으로 정당방위가 어렵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나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그러나 서로 맞붙어 싸운 경우에는 이 조항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공격과 방어가 연달아 오가면서 방어가 곧 공격이 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서로 때린 사건을 일단 쌍방폭행으로 묶어 처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 법원의 판단

그렇다고 손을 쓴 사람이 모두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겉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공격했고 누가 벗어나려 했는지를 따진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않는 한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 사건에서는 여러 명이 집으로 밀고 들어와 한 사람을 함께 때렸고, 맞던 사람은 벗어나려고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치다 상대방들을 다치게 했다. 법원은 이를 사회관념상 상당성 있는 방어행위로 보아 무죄를 확정했다.

다. 조사에서 무엇을 보여 줘야 하나

판례의 기준을 뒤집어 보면 조사에서 밝혀야 할 점이 보인다. 누가 먼저 유형력을 썼는지, 내가 한 행동이 붙잡힌 팔을 뿌리치거나 밀어내는 정도였는지, 상대방이 물러선 뒤에도 쫓아가 때리지는 않았는지다. 상대방이 공격을 멈췄는데도 계속 때렸다면 그때부터는 새로운 공격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방어였다는 주장은 이 흐름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고 영상이나 목격자로 뒷받침할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4. 조사 전에 준비할 것

가. 피의자로 출석한다면

먼저 사건 당일의 경위를 분 단위로 적어 둔다. 어디서, 누가 먼저, 어떤 말을 하고, 누가 처음 손을 댔는지를 적고, 기억이 흐린 부분은 흐리다고 표시한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면 나중에 영상과 어긋나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무너진다. 현장 근처 가게나 건물, 차량 블랙박스의 영상은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므로 경찰에 확보를 요청하거나 직접 보관을 부탁해야 한다. 나도 맞았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상처 사진을 남긴다. 이런 자료 없이 "나도 맞았다"고만 하면 쌍방폭행 중 한쪽 진술로만 기록된다.

나. 피해자로 진술한다면

피해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진단서와 상처 사진, 영상, 목격자 연락처를 정리해 제출하고, 상대방이 맞고소를 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내가 손을 쓴 부분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그 경위를 함께 설명하는 편이 낫다. 단순폭행이라면 처벌 여부가 피해자의 의사에 달려 있으므로 합의 제안이 올 수 있다. 처벌불원 의사는 한 번 밝히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치료비와 손해배상이 실제로 정리된 뒤에 표시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 합의는 시기와 문구가 중요하다

쌍방폭행 사건에서는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합의서에 민사상 청구까지 포기한다는 문구를 넣을지, 치료비를 언제 어떻게 지급할지를 분명히 적어야 나중에 다툼이 다시 생기지 않는다. 상해죄로 입건된 상태라면 합의만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5. 맺으며

폭행 사건은 몇십 초 사이에 벌어지지만 그 결과는 첫 진술 한 번으로 크게 갈린다. 화가 난 상태로 조사실에 들어가 상대방 탓만 하거나, 반대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수사관이 정리한 문장에 그대로 서명하면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례가 말하듯 법원은 누가 실제로 공격했는지를 들여다본다. 그 판단의 재료를 남기는 것은 결국 당사자의 몫이고, 경위를 정리하고 자료를 확보한 뒤 조사에 임하는 것이 억울한 결과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1.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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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1. 1. · 작성 신동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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