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0. 30.

통유리 너머 1년 넘게 이어진 음란행위, 자기 집 안이라도 처벌될까

주택가 1층 통유리 안에서 반복된 음란행위 사건을 계기로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의 경계, 고소 없이도 가능한 수사, 신고자 신원 보호와 대응 방법을 정리했다.

밤늦게 퇴근하던 주민이 골목을 지나다 통유리 너머의 장면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건물 1층에 사는 남성이 옷을 벗은 채 음란행위를 하고 있었다. 한 번이 아니었다. JTBC 〈사건반장〉이 28일 보도한 서울 광진구 한 주택가의 이야기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골목 안 4층짜리 교회 건물 1층에 건물 관리인으로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1년 넘게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올해 초 경찰이 출동해 유리에 필름지를 붙이라고 경고했지만, 남성은 가슴 높이까지만 가리는 필름을 붙인 뒤 오히려 유리문을 살짝 열고 행인을 보며 같은 행동을 이어 갔다고 한다. 한 주민은 영상을 찍어 경찰서를 찾았으나,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려면 진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보복이 걱정돼 그만두었다. 결국 이 주민은 계약 기간이 10개월가량 남은 집에서 이사를 결심했다. 경찰은 신고가 여러 번 있었지만 주민들이 진술하지 않아 사건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법률 검토를 거쳐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기 집 안에서 한 행동도 범죄가 될까. 피해를 본 주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차례로 정리한다.

1. 집 안에서 한 행동도 처벌될 수 있다

가. 공연음란죄의 요건

형법 제245조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요건은 두 가지다. 행위가 '음란'해야 하고, 그것이 '공연히', 곧 여러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가'다

공연음란죄는 길거리나 공원에서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법이 묻는 것은 행위가 어디서 일어났느냐보다 불특정한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었느냐다. 이번 사안처럼 골목에 바로 면한 통유리 안에서, 그것도 불을 켜 두어 밖에서 훤히 보이는 상태였다면 집 안이라는 사정만으로 공연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경찰의 경고를 받은 뒤에도 문을 열고 행인을 향해 같은 행동을 했다면 '밖에서 보이는 줄 몰랐다'는 해명도 통하기 어렵다. 행인이 돌아보거나 순찰차가 지나가면 곧바로 문을 닫았다는 대목은 오히려 남에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으로 읽힌다.

2. 단순한 노출인가, 음란한 행위인가

가.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노출'과의 경계

신체를 드러낸 행위가 모두 공연음란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해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을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한다. 같은 노출이라도 어느 쪽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처벌의 무게가 크게 달라진다.

나. 법원의 판단 기준

대법원은 두 규정의 경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9도14056 판결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행위가 단순히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면 경범죄 처벌법 위반에 그치지만,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정도라면 형법상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

이 판결은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과 정도, 동기와 경위를 따져 보라고 했다. 또 음란성은 행위자의 속마음이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판결도 같은 취지다.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1264 판결

음란한 행위란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말하고,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

이번 사안에서 보도된 내용은 단순히 옷을 벗고 있었던 정도가 아니라 나체로 음란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보도대로 확인된다면 경범죄가 아니라 형법상 공연음란죄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3. '진술이 없어서' 수사를 못 한다는 말의 의미

가.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는 범죄다

공연음란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면 고발할 수 있다고 정한다. 수사기관도 범죄 혐의를 알게 되면 스스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고소를 해야 사건이 된다'는 안내는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어야 언제, 어디서, 무엇을 보았는지가 특정되고, 영상만으로는 행위자와 일시를 증명하기 부족한 경우가 있다. 경찰이 진술을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 신고한 사람의 신원은 보호된다

주민들이 진술을 망설인 가장 큰 이유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공연음란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성폭력범죄'에 들어간다. 같은 법 제24조는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는 공무원이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거나 누설하지 못하게 하고, 누구든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를 언론이나 인터넷에 공개하지 못하게 한다. 진술을 한다고 해서 내 이름과 집 주소가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4. 지금 할 수 있는 일

가. 목격한 주민이라면

첫째, 기록을 남긴다. 날짜와 시간, 위치가 드러나도록 촬영하고, 언제 무엇을 보았는지 짧게라도 메모해 둔다. 한 번의 목격보다 여러 날에 걸친 기록이 반복성과 고의를 보여 준다. 둘째, 혼자 나서지 않는다. 같은 장면을 본 이웃이 여럿이라면 함께 진술하는 것이 부담도 덜고 증명력도 높다. 셋째, 진술할 때 신원 보호를 요청한다. 조사 과정에서 인적사항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묻고, 걱정되는 점을 분명히 말해 두는 것이 좋다. 영상을 찍었다고 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공익 목적이었다고 해도 상대방의 초상과 행위를 공개한 데 따른 다른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나. 경찰이 접수를 미룬다면

"시간이 지났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공연음란죄는 법정형의 장기가 징역 1년이어서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공소시효가 5년이다. 1년 전 일이라도 처벌할 수 있는 기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범행이 계속되고 있다면 최근 목격한 사실부터 다시 신고하면 된다. 말로 한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목격 일시와 장소, 영상 자료를 정리해 서면으로 고발장을 내는 방법도 있다. 무엇을 언제 알렸는지가 문서로 남는다.

다. 건물주와 관리 책임자라면

이번 사안에서 건물주 측은 이웃에게 사과하며 이사와 차단 조치를 약속했다고 한다. 건물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출입구와 창의 구조를 바꾸고, 문제가 된 사람과의 거주 관계를 정리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이웃의 불안이 계속되면 민사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5. 맺으며

공연음란은 흔히 '가벼운 범죄'로 여겨지지만, 매일 그 골목을 지나야 하는 주민에게는 일상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번 일에서 주민 한 사람은 결국 집을 떠나기로 했다. 피해자가 이사를 가고 행위자는 그 자리에 남는 결과는 공정하지 않다. 수사기관은 신고가 반복되는 사안이라면 진술을 기다리기에 앞서 신원 보호 절차를 먼저 안내하고 적극적으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주민들 역시 법이 신고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고, 혼자 참기보다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30.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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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30. · 작성 신동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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