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1. 3.

12대 중과실 아니어도 처벌될까, 급감속 버스에서 넘어진 승객 사망 사고

제한속도 20km 초과가 아닌 급감속 사고에도 버스 기사가 처벌된 이유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12대 중과실, 중상해·사망 예외와 함께 정리했다.

시내버스가 정류장 앞에서 갑자기 속도를 줄였고, 내리려고 미리 일어서 있던 69세 승객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승객은 목 신경을 다쳐 치료를 받다가 두 달 만에 숨졌다. 2024년 4월 전북 전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버스는 제한속도 시속 50km 도로를 시속 67km로 달리다 정류장 앞에서 급하게 감속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운전기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으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전주지방법원 항소심도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승객 안전을 위해 제한속도를 지키고 급감속을 피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어겼다고 보면서,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했고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했다.

이 사건을 보며 많은 운전자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과속이라고 해도 시속 17km 초과였으니 흔히 말하는 '12대 중과실'의 과속 기준인 20km 초과에는 미치지 않는다. 버스회사는 보험이나 공제에도 들어 있었을 것이고 유족과 합의까지 했다. 그런데도 왜 형사재판을 받고 유죄 판결을 피하지 못했을까. 교통사고 형사처벌의 구조를 알면 답이 보인다.

1. 교통사고 형사처벌의 기본 구조

가. 원칙은 처벌이다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하면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가 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은 이 경우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정한다. 교통사고는 원래 처벌 대상이고, 특례법은 그중 일부에 대해서만 공소를 막아 주는 법이다.

나. 처벌을 면하게 해 주는 두 가지 특례

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은 업무상과실치상죄나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한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재판에 넘길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제4조 제1항은 차가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돼 있으면 같은 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한다. 가벼운 접촉사고로 다친 사람이 있어도 보험 처리로 형사 문제가 끝나는 것은 이 두 조항 덕분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가 '치상'이다. 두 특례는 모두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사람이 숨진 경우, 즉 치사에는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합의와 보험 가입에도 불구하고 기소가 이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의와 처벌불원은 형을 정할 때 참작 사유가 됐을 뿐, 공소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2. 12대 중과실과 그 밖의 예외

가. 단서에 적힌 열두 가지 행위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는 다친 사고라도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를 정한다. 사고를 내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와 함께 열두 가지 행위가 나열돼 있다. 신호·지시 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를 시속 20km 넘게 초과한 운전, 앞지르기·끼어들기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 운전, 음주·약물 운전, 보도 침범, 승객의 추락 방지의무 위반,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화물 고정조치 위반이다. 이른바 12대 중과실이다. 이 행위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피해자가 용서하거나 종합보험에 들어 있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나. 중상해라면 보험이 있어도 기소될 수 있다

12대 중과실이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크게 다쳤다면 보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례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피해자가 생명에 대한 위험이 생기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른 경우를 보험 특례의 예외로 둔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비롯됐다.

헌법재판소 2009. 2. 26. 선고 2005헌마764 결정

종합보험 가입을 이유로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가해 운전자를 무조건 기소하지 못하게 한 부분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는 식물인간이 되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피해의 무게가 사망사고보다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사망사고는 원래 특례 밖에 있는데 중상해만 보험으로 면책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3. 버스 급감속 사고는 어떻게 판단되나

가. 시속 17km 초과는 단서 제3호가 아니다

특례법 단서 제3호는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한 경우만 정한다. 이번 사건의 시속 17km 초과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만약 승객이 숨지지 않고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면, 다른 단서 사유가 없는 한 보험 가입이나 피해자의 처벌불원만으로 공소가 막혔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형사처벌을 가른 것은 과속의 정도가 아니라 사망이라는 결과였다.

나. 승객 추락 방지의무의 범위

버스 사고에서는 단서 제10호의 승객 추락 방지의무가 자주 거론된다. 도로교통법 제39조 제3항은 운전자가 운전 중 타고 있는 사람이나 타고 내리는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문을 정확히 여닫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정한다. 대법원은 이 의무가 누구를 보호하는지 분명히 했다.

대법원 2000. 2. 22. 선고 99도3716 판결

승객의 추락방지의무는 사람의 운송에 쓰이는 차의 운전자가 그 승객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이므로, 화물차 적재함에서 작업하던 사람이 내린 것을 확인하지 않고 출발해 추락한 사고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버스 승객은 이 의무의 보호 대상이다. 다만 조문이 예로 든 것이 문을 정확히 여닫는 일이라는 점에서, 문과 상관없이 차 안에서 넘어진 사고까지 곧바로 이 호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친 사고라면 이 점이 기소 여부를 가르는 쟁점이 될 수 있다.

다. 업무상 주의의무는 따로 따진다

단서에 해당하는지와 별개로, 과실이 있는지는 업무상 주의의무로 판단한다. 승객을 서 있는 상태로 태우는 시내버스 기사는 정류장에 다가갈 때 속도를 미리 줄여 급제동을 피해야 한다. 이번 판결도 제한속도 준수와 급감속 방지를 운전기사의 주의의무로 들었다.

4. 당사자가 지금 할 일

가. 피해자와 유족이라면

먼저 버스 안 CCTV와 운행기록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당시 속도와 감속 정도가 그대로 남아 있어 과실을 다툴 핵심 증거가 되는데, 보관 기간이 지나면 지워질 수 있으니 버스회사와 수사기관에 빨리 보존을 요청한다. 진료기록과 사망진단서도 사고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로 모아 둔다. 이번 사건처럼 사고 뒤 두 달 만에 숨진 경우 인과관계가 다퉈지기 쉽다.

민사 배상은 형사와 별개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가 그 운행으로 승객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하면 승객의 고의나 자살행위가 아닌 한 배상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버스회사와 그 보험·공제를 상대로 장례비, 일실수입,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정차 전에 미리 일어섰다는 사정이 과실상계 사유로 주장될 수 있으니 차가 정류장에 다가오던 상황을 자료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 형사합의를 할 때는 그 돈이 민사 배상금에서 빠지는지를 합의서에 분명히 적어야 나중에 다툼이 없다.

나. 운전자라면

사망이나 중상해 사고는 보험에 들어 있어도 형사절차가 진행된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조사에서는 사고 당시 속도, 감속 이유, 승객이 서 있던 위치를 기억나는 대로 정확히 진술하고, 추측을 사실처럼 말하지 않는다. 블랙박스와 운행기록은 운전자에게 불리할 수도 있지만 돌발 상황이 있었다면 그것을 보여 줄 유일한 자료이기도 하다. 유족과의 합의와 진심 어린 사과는 공소를 막지는 못해도 이번 판결처럼 형을 정하는 데 크게 참작된다.

5. 맺으며

12대 중과실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 열두 가지만 피하면 보험이 다 해결해 준다고 여기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특례법의 면책은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그마저 중상해이면 보험이 있어도 기소될 수 있다. 사람이 숨지면 처음부터 특례가 없다. 서 있는 승객을 태우는 버스에서 정류장 앞 급감속은 사소한 운전 습관처럼 보여도 결과에 따라 형사재판으로 이어진다. 속도를 미리 줄이는 몇 초가 운전자와 승객 모두를 지킨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3.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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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신동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이혼전문변호사 · 대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건을 상담부터 판결까지 직접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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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1. 3. · 작성 신동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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