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1. 5.

"뜨는 순간 폭로" 14년 모은 학폭 자료, 사실이어도 명예훼손이 될까

학폭 폭로는 사실이어도 명예훼손이 문제 될 수 있다. 이름을 가려도 특정되는 기준과 소문으로는 부족한 소명자료, 시효까지 정리했다.

사진 Shawn Hooper, CC0 퍼블릭 도메인(WordPress Photo Directory)

최근 한 배우의 학교폭력 의혹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온라인에 '연예인 학폭 폭로하려고 10년 넘게 지켜보는 중'이라는 글이 퍼졌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작성자는 동창들이 자료를 다 모아 뒀는데 상대가 뜨지 않아 지쳐 간다며, 15살 때부터 모아 지금 29살이 됐다고 적었다. 댓글에는 '인천 출신 가수'를 가리키는 글과 함께, 그 사람이 던진 의자에 맞은 친구가 손가락이 부러져 자퇴했다는 주장까지 올라왔다. 모두 온라인의 주장일 뿐, 사실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업보는 결국 돌아온다"는 응원 댓글이 많았다. 그런데 변호사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14년 치 자료의 양이 아니라 글을 올리는 쪽이 지게 될 위험이다. 학폭이 사실이어도 명예훼손 문제는 남고, 사실임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책임은 훨씬 무거워진다. 언제 올릴지보다 무엇을 어떻게 쓸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 이유다.

1. 피해자들이 폭로밖에 없다고 느끼는 까닭

가. 형사 시효는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 제249조는 법정형에 따라 공소시효를 나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므로 5년,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므로 7년이다. 15살 때 당한 일을 29살에 고소한다면, 일반적인 폭행이나 상해는 대개 시효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 구체적인 죄명과 행위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단정하기 전에 따져 볼 필요는 있다.

나. 민사 배상도 쉽지 않다

민법 제766조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 14년 전 일이라면 상대가 시효를 주장할 때 넘어서기가 어렵다. 같은 조 제3항은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 성년이 될 때까지 시효가 진행되지 않도록 정하지만, 성적 침해가 아닌 폭력에는 이 특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으로 물을 길이 막혔다고 느끼는 피해자가 온라인으로 향하는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다만 옛 가해 행위의 시효가 끝났다고 해서 지금 올리는 글의 책임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폭로 글의 책임은 글을 올린 그 행위를 두고 따로 따진다.

2. 진실을 써도 문제가 되는 이유

가. 사실을 적어도 처벌 조항이 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온라인에 올리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이 함께 문제 된다.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거짓이면 형이 크게 오른다. 형법 제307조 제2항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정한다. 정보통신망법의 이 두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나. 열쇠는 공공의 이익이다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정보통신망법의 '비방할 목적'도 공공의 이익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 목적이 부인된다고 본다. 그 판단에서는 피해자가 공인인지, 공적 관심사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인지, 표현의 방법과 동기가 어떠한지를 함께 살핀다.

연예인이라면 대중의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는 점이 폭로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십수 년 전 학창 시절의 일이고 "뜨는 순간" 터뜨리겠다는 글이 동기를 의심받는 자료로 쓰일 수도 있다. 같은 사실을 쓰더라도 다시는 같은 일이 없도록 알리는 글인지, 망신을 주려는 글인지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3. 판례가 보는 두 가지 지점

가. 이름을 안 써도 특정될 수 있다

'인천 출신 가수'라고만 적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다. 판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도1744 판결

성명이 명시되지 않아 기사나 영상 자체로는 피해자를 알기 어렵더라도,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이면 피해자가 특정된 것이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의 판단이지만, 특정 여부를 보는 눈은 온라인 글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출신 지역, 활동 이력, 출연작 같은 단서가 쌓이면 동창과 팬들은 금세 알아본다. 기사에 소개된 "드라마 'OOO'에 나온 걔 아니냐"는 식의 댓글이 바로 그 빈칸을 메우는 말이다.

나. 소문으로는 버티지 못한다

허위라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폭로자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915 판결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이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소명자료 제시가 없거나 신빙성이 탄핵되면 허위사실공표의 책임을 진다.

14년 동안 모았다는 자료의 값어치는 여기서 갈린다. "나는 안 맞았지만 맞은 애는"으로 시작하는 전언은 그 자체로 힘이 약하다. 일시와 장소가 특정된 기록, 직접 겪은 사람의 진술이 있어야 비로소 자료라고 부를 만하다.

4.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가. 폭로를 생각하고 있다면

자료부터 나눈다. 진단서와 치료 기록, 학교의 조치 기록,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처럼 객관적인 것과 직접 겪은 일, 전해 들은 일을 구분해 둔다. 전해 들은 일은 글에서 빼는 편이 안전하다.

글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로 좁힌다. '꼴통', '양아치' 같은 말은 사실 주장에 아무 도움이 안 되면서 형법 제311조 모욕죄(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빌미만 준다. "의혹이 있다"고 돌려 말해도 안전하지 않다. 앞서 본 2006도7915 판결은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이라도 그 사실의 존재를 암시할 정도로 구체적이면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했다.

폭로를 내세워 돈을 요구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받아 낼 생각이 정당한 위자료라고 믿더라도, 폭로를 빌미로 돈을 받으면 형법 제350조 공갈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 될 수 있다.

나. 지목된 사람이라면

게시물 주소와 작성 시각, 화면을 먼저 저장한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게시판 운영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해 삭제를 요청할 수 있고, 운영자는 판단이 어려우면 30일 이내의 임시조치로 접근을 막을 수 있다. 민법 제764조는 손해배상과 함께 또는 그에 갈음해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구할 길도 열어 둔다. 모욕죄는 형법 제312조 제1항의 친고죄라서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따라 범인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한다.

다만 실제로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이라며 허위사실로 고소하면 고소한 쪽이 무고죄를 걱정해야 한다. 기억이 분명한 사안이라면 고소장보다 사과가 먼저일 수 있다.

다. 댓글로 거드는 사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원글이 이름을 가렸는데 댓글이 이름이나 출연작을 덧붙였다면, 그 댓글은 추측 놀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단 한 줄이라도 사람을 특정해 구체적 사실을 보태면 쓴 사람이 따로 책임질 여지가 생긴다.

5. 14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학교

시효가 끝난 뒤 남는 수단이 온라인 글뿐이라면, 피해자도 지목된 사람도 법정 밖에서 오래 다투게 된다. 그 시절에 기록이 남고 제대로 조치가 이뤄졌다면 15살 학생이 혼자 자료를 쌓으며 14년을 보낼 일은 없었을 것이다. 폭로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논하는 것만큼, 학교 안에서 피해를 기록하고 바로 다루는 일이 중요한 까닭이다. 당장 폭로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해 줄 말은 단순하다. 글은 한 번 올리면 되돌리기 어렵고, 그 글의 책임은 쓴 사람에게 돌아온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5.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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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신동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이혼전문변호사 · 대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건을 상담부터 판결까지 직접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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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1. 5. · 작성 신동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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