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촌의 한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흉기에 찔렸다. 보도에 따르면 4일 오후 50대 여성이 다른 환자를 따라 진료실에 들어가 가방에서 부엌칼을 꺼내 휘둘렀다. 교수는 얼굴과 머리, 손을 다쳐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보안직원 등이 그를 제압했고, 경찰은 특수상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한 뒤 살인미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목격자는 "내가 오늘 가만두지 않겠다"는 고함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진료 이력을 두고는 보도가 엇갈린다. 2013년과 2017년에 피해 교수에게 진료받았다는 기사가 있고, 피해 교수의 환자가 아니라 다른 교수의 환자였다고 들었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을 전한 기사도 있다. 동기와 경위는 아직 수사 중이다. 그래서 이 글은 사건의 결론이 아니라, 이런 사건에서 법이 무엇을 따지는지를 정리한다.
1. 같은 칼부림인데 죄명은 왜 달라지나
가. 법정형의 차이
처음 적용된 특수상해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다치게 한 죄로, 형법 제258조의2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벌금형이 없다. 살인죄는 형법 제250조 제1항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정하고, 제254조가 미수범도 처벌한다. 미수범의 형은 제25조 제2항에 따라 감경할 수 있지만 반드시 감경되는 것은 아니다. 칼을 든 손은 하나인데 재판에서 맞서게 될 형의 크기는 크게 달라진다.
나. 살인의 고의를 판단하는 기준
피고인은 흔히 "겁만 주려 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한다. 법원은 그 말만으로 결론을 내지 않는다.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살인의 범의는 사망의 결과가 생길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하고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며, 범행 경위와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 결과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이번 수사의 쟁점도 이 항목들에 있을 것이다. 흉기를 집에서 미리 챙겨 왔는지, 찌른 곳이 얼굴과 머리 쪽이었던 경위가 어떠한지, 몇 번 휘둘렀는지, 저지가 없었다면 멈췄을지를 CCTV와 상처 부위, 목격자 진술로 맞춰 보게 된다. 피해자의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살인미수가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미수는 원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를 벌한다.
2. '임세원법'은 어디까지 보호하나
가. 진료 장소의 폭행·협박
2018년 말 진료 중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숨진 사건 뒤 의료법이 강화됐다. 의료법 제12조 제3항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기사와 진료받는 사람을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못하게 한다. 위반하면 제87조의2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치게 하지 않은 협박 단계에서도 성립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 상해에 이른 경우
같은 조 제1항은 제12조 제3항을 위반해 상해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7천만 원 이하의 벌금, 중상해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사망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한다. 폭행·협박에 그친 경우는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상해 조항에는 그런 단서가 없다.
흥미로운 점은 흉기가 등장하면 형법의 특수상해가 오히려 더 무겁다는 것이다.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고 징역 하한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의 가중 조항만으로 진료실의 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3. 정신질환 주장, 재판에서 어떻게 다뤄지나
가. 진료 이력이 곧 면책은 아니다
보도에 나온 것은 진료 이력일 뿐, 구체적인 병명이나 범행 당시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으면 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미약하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범행 당시의 능력을 따진다. 미리 흉기를 챙긴 정황이 있다면 판단 자료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나. 그렇다고 가볍게 넘길 수도 없다
대법원은 최근 정신적 장애를 호소한 소년 피고인의 살인미수 사건에서 심리가 부족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10910 판결피고인이 정신적 장애를 밝히거나 심신장애, 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격적 비난요소로 보아 가중적 양형 조건으로 삼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고, 그렇게 참작하려면 정신적 장애 상태에 관한 면밀하고 충분한 심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년 사건의 판단이어서 성인 사건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재범 위험과 치료의 필요성을 충실히 살피라는 취지는 눈여겨볼 만하다.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형법 제10조에 해당하는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고 치료가 필요하며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자로 삼는다. 검사는 제4조에 따라 항소심 변론종결 때까지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도 검사에게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처벌과 치료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4. 당사자가 지금 할 일
가. 피해 의료인과 병원
먼저 CCTV와 비상벨 기록, 출입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 진단서는 후유증까지 반영되도록 치료 경과에 맞춰 보완해 둔다.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중 어느 쪽으로 기소되느냐는 피해 회복에도 영향을 준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의 배상명령 대상에는 특수상해(형법 제258조의2 제1항)가 들어 있지만 살인미수는 없다. 살인미수로만 기소되면 합의된 금액이 아닌 한 형사재판에서 치료비와 위자료의 배상명령을 받기 어려우므로, 민사소송을 함께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나. 병원에 고용된 의료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3조는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가 사회통념상 제3자의 가해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이면 그 사고를 업무상 사고로 본다. 환자 응대 중 당한 폭력이라면 검토할 만하다. 보험급여가 지급되면 공단은 같은 법 제87조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고, 수급권자는 제3자 재해를 지체 없이 공단에 신고해야 한다. 소속이나 신분에 따라 적용되는 재해보상 제도가 다를 수 있으니 이 점은 먼저 확인한다.
가해자의 배상 능력이 없을 때를 대비한 범죄피해 구조금도 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3조는 사망, 장해, 중상해를 구조 대상으로 삼으면서, 형법 제10조 제1항으로 처벌되지 않는 행위도 포함한다. 가해자가 심신상실로 무죄가 되어도 길이 막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제20조에 따라 다른 법령의 급여를 받을 수 있으면 지급이 제한되고, 제25조에 따라 피해 발생을 안 날부터 3년, 발생한 날부터 10년 안에 신청해야 한다.
위협이 먼저 있었던 환자를 어떻게 할지도 미리 정해 둔다. 의료법 제15조는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거부를 금지한다. 협박을 받았다면 기록을 남겨 신고하고, 응급 여부를 살핀 뒤 다른 의사나 기관으로 연결하는 절차를 병원 차원에서 마련해 두는 것이 개인에게 판단을 떠넘기지 않는 방법이다.
다. 피의자와 가족
피의자에게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그 행사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고의와 책임능력이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가족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진료기록과 복약 내역, 치료 중단 시점을 정리해 변호인에게 넘기는 것이다. 감정 신청과 치료감호 문제도 이 자료에서 출발한다. 사과하겠다고 피해자나 병원에 직접 연락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에게는 또 다른 공포이고, 사건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5. 처벌을 높여도 남는 빈칸
의료법 제36조 제11호와 시행규칙 제39조의6은 100병상 이상의 병원, 정신병원, 종합병원에 비상경보장치와 보안 전담인력 1명 이상, 폭력 대응 매뉴얼과 교육, 예방 게시물을 요구한다. 이번 병원이 이를 어겼다는 보도는 없고, 보도대로라면 보안직원이 제압까지 했다. 문제는 이 기준이 범행이 일어난 뒤의 대응에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환자를 따라 진료실에 들어오는 몇 초를 막는 규정은 아니며, 100병상 미만의 의원은 이 조항의 대상도 아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피용자의 생명과 신체를 해치지 않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할 보호의무를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앞으로는 법정 기준을 지켰는지를 넘어, 예측 가능한 위험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가 함께 물어질 것이다. 서울시의사회장이 던진 "진료 현장에서 의사가 방어용 무기를 준비해야 하는 사회가 정상인가"라는 물음에 형량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 진료실의 동선과 대피 통로, 치료가 끊긴 환자를 다시 연결하는 체계까지 함께 손봐야 하는 이유다. 정신질환자를 위험한 사람으로 몰아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에게도 안전한 진료실이 필요하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6.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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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읽기 →2026. 11. 6. · 작성 신동우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