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장례가 끝나자 사위가 자필 유언장을 내놓았다. '전 재산을 사위에게 준다'는 내용이었다. YTN 라디오 상담 프로그램에 소개되고 서울신문이 5일 전한 삼남매 막내딸의 사연이다.
아버지는 2011년 아들에게 사업 자금 5억 원을 건넸고, 2015년 아내와 이혼하면서 재산분할로 상가 건물 한 채를 내줬다. 2020년 치매 진단을 받은 뒤에는 사위가 직장까지 그만두고 집에 들어와 병간호를 했다. 막내딸도 3년 동안 주말마다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다니며 병간호비 일부를 부담했다. 아버지가 지난해 사망하자 언니는 남편이 재산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하고, 오빠는 어머니가 받은 상가를 문제 삼으면서 자신이 받은 5억 원에는 말이 없다고 한다.
유언장의 효력과 자녀들이 되찾을 수 있는 몫, 그리고 오빠의 5억 원과 어머니의 상가가 계산에 들어가는지가 쟁점이다. 방송에 소개된 사연만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으므로, 법이 무엇을 따지는지를 차례로 본다. 올해 3월 민법이 개정되어 유류분 계산도 일부 달라졌다.
1. 치매 진단만으로 유언이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가. 따지는 것은 유언장을 쓴 날의 의사능력
법원이 보는 것은 진단명이 아니라 작성 당시의 정신 상태다. 대법원은 의사능력을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으로 정의하고,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는 쪽에 증명책임을 지운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 유언장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자녀가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작성일 전후의 진료기록과 인지기능 검사 결과, 복용 약, 유언장을 쓰게 된 경위가 핵심 자료가 된다.
성년후견이 개시된 상태였다면 사정이 다르다. 민법 제1063조는 피성년후견인이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할 수 있고, 의사가 심신 회복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하도록 정한다. 기사에 후견 이야기는 없다. 위 판결에 따르면 후견이 개시되기 전에는 이 부기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나. 자필 유언은 형식에서 먼저 갈린다
민법 제1066조 제1항은 자필증서 유언에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하도록 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아버지의 진심이 담겨 있어도 소용없다.
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2다71688 판결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이고, 주소를 자서하지 않았다면 유언자 특정에 지장이 없어도 효력을 부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작성연월일 옆에 쓴 '암사동에서'가 주소로 인정되지 않아 유언장이 무효가 됐다. 그러니 유언장 내용을 놓고 다투기 전에 원본의 형식부터 확인해야 한다. 본문까지 아버지의 필체인지도 함께 본다.
다. 유언이 무효여도 끝나지는 않는다
유언이 무효가 되면 재산은 법정상속으로 돌아가 삼남매가 나누게 된다. 다만 사위 측이 생전에 재산을 주기로 약속한 사인증여 계약을 주장할 가능성은 남는다. 사인증여는 계약이어서 유언 방식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물론 그런 합의가 있었다는 점은 사위 측이 입증해야 할 몫이다.
2. 유언이 유효해도 자녀의 몫은 남는다
가. 자녀 한 명당 유류분은 6분의 1
아버지는 이혼했으므로 어머니는 상속인이 아니고, 상속인은 삼남매다. 법정상속분은 각 3분의 1이다. 민법 제1112조 제1호에 따라 직계비속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므로 자녀 한 명의 유류분 비율은 6분의 1이 된다. 전 재산을 사위에게 준다는 유언이 유효해도 자녀들은 이 몫이 부족한 만큼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나. '간병했으니 당연하다'는 주장은 어디까지 통할까
여기서 올해 개정이 등장한다. 2026. 3. 17. 개정 민법 제1008조 단서는 증여나 유증이 상당한 기간의 동거·간호 등 특별한 부양에 대한 보상이면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특별수익에서 제외한다. 이 조문은 제1118조로 유류분에도 준용되고, 부칙 제2조에 따라 2024. 4. 25. 이후 개시된 상속에 적용된다(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다208261 판결 참조).
그러나 조문은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을 다룬다. 형부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문언만 보면 이 단서의 보호를 받기 어렵고, 제1008조의2의 기여분을 청구할 자격도 없다. 직장까지 그만둔 간병이 법의 울타리 밖에 놓이는 셈이다. 언니가 남편의 간병을 근거로 자기 쪽 사정을 주장할 여지가 있는지는 별도의 쟁점이다.
막내딸의 병간호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여분은 상속재산에서 유증 가액을 공제한 금액을 넘지 못하므로(제1008조의2 제3항), 전 재산이 유증된 상태라면 기여분으로 인정받을 몫이 사실상 남지 않는다.
3. 오빠의 5억 원과 어머니의 상가
가. 오빠의 5억 원은 오래됐어도 계산에 들어간다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 1년 안의 것만 유류분 계산에 넣지만(제1114조), 공동상속인이 받은 생전 증여는 다르다. 1년 이전의 것인지, 손해를 가할 것을 알았는지를 따지지 않고 기초재산에 산입한다(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17885 판결). 금액도 5억 원 그대로가 아니다. 증여받은 금전은 증여 당시부터 상속개시 때까지의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환산한다(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2다205145 판결). 15년 가까이 지난 돈이니 더 큰 금액으로 계산될 것이다. 사업 자금은 부양의 대가도 아니어서 개정 조문의 제외 사유에 해당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나. 어머니의 상가는 사정이 다르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이룩한 재산을 나누는 제도다(민법 제839조의2). 아무 대가 없이 재산을 주는 증여와는 성격이 다르다. 설령 실질이 증여라고 주장한다 해도 어머니는 이미 상속인이 아니므로 제3자에 대한 증여의 기준을 넘어야 한다. 11년 전 일이니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청구하는 쪽에 있다(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0다247428 판결). 쉬운 일이 아니다. 오빠의 주장은 자신의 5억 원과 달리 계산에 반영되기 어렵다.
다. 숫자로 따져 보면
기사에는 남은 재산의 액수가 없으므로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정해 본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15억 원이고 빚은 없으며, 오빠의 5억 원을 환산한 금액이 6억 원이라고 하자. 기초재산은 21억 원, 자녀 한 명의 유류분액은 3억 5천만 원이다. 아무것도 받지 못한 막내딸의 부족액은 3억 5천만 원이다. 이미 6억 원을 받은 오빠에게는 부족액이 없다. 유류분 부족액은 유류분액에서 본인이 받은 특별수익과 순상속분을 공제해 구하기 때문이다(위 2020다247428 판결).
청구 상대는 우선 사위다. 민법 제1116조는 증여에 대해서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게 한다. 오빠가 받은 5억 원은 막내딸의 몫을 늘리는 계산 근거가 되지만, 곧바로 오빠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
4. 당사자가 지금 할 일
가. 유류분을 청구하려는 자녀
가장 급한 것은 날짜다. 민법 제1117조는 상속의 개시와 반환할 유증 등을 안 때부터 1년,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한다. 아버지가 지난해 돌아가셨으므로 이미 기간이 임박했거나 지났을 수 있다. 유언 무효를 다투는 것만으로 안심해서도 안 된다.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피상속인의 거의 전 재산이 증여되었음을 알고 있었다면, 무효 주장에 근거가 있고 이를 믿어 청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수긍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환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추인한다.
같은 판결은 무효를 전제로 한 청구에 유류분 반환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반대로 유류분 반환의 의사표시는 해당 유증을 지정해 반환 의사를 밝히면 족하고, 시효도 그 의사표시로 중단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무효를 다투더라도 증명이 되는 내용증명으로 유류분 반환 의사를 먼저 밝히고, 소송에서는 유언 무효와 유류분 반환을 함께 청구하는 것이 안전하다.
나. 유언장과 재산을 함께 묶어 둔다
자필 유언장을 보관한 사람은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청구해야 한다(민법 제1091조). 검인 과정에서 원본을 확인하고 필적 감정 자료를 모아 둔다. 진료기록은 병원별로 발급 절차를 확인해 확보하고 작성일 전후를 맞춰 본다. 재산을 사위 명의로 옮기거나 처분할 우려가 있으면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검토한다.
반환 방식도 확인해야 한다. 개정 제1115조 제1항은 재산의 가액 지급을 청구하고 청구한 날부터 이자를 가산하도록 바꿨지만, 부칙 제3조에 따라 올해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개시된 이 사건에는 '그 재산의 반환'을 정한 종전 조문이 적용된다.
다. 사위와 언니
유언이 유효하다면 사위는 유류분을 돌려주고 남는 부분을 지킬 수 있다. 유언장 작성 경위, 간병 기간과 비용, 퇴직으로 입은 손실을 정리해 두면 합의나 소송에서 설득 자료가 된다. 처음부터 유류분 몫을 인정하고 협의하는 편이 시효 다툼을 하는 것보다 가족 관계에 상처를 덜 남길 수 있다.
5. 진단 전에 해 두어야 했던 일
이 사건의 다툼은 대부분 준비로 줄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사위의 간병에 보답하려 했다면, 판단력이 온전할 때 공정증서로 유언을 남기고 자녀들의 유류분을 비워 둔 범위에서 재산을 정했어야 분쟁의 여지가 줄어든다. 간병의 대가를 계약으로 남겨 두는 방법도 있다.
올해 개정 민법은 간병한 상속인의 보상을 유류분에서 어느 정도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속인이 아닌 가족의 간병은 여전히 그 조문 밖에 있다. 며느리와 사위가 부모를 돌보는 일이 드물지 않은 현실에서 입법이 다시 살펴볼 대목이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7.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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