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칼럼 · 2026. 11. 8.

용서한 남편이 38일 만에 저지른 일, 가정폭력 처벌불원서 내기 전에 알아둘 것

가정폭력 처벌불원서는 죄명에 따라 효력이 다르고 한 번 내면 되돌리기 어렵다. 임시조치와 피해자보호명령까지 피해자가 먼저 챙길 것을 정리했다.

사진 Foto Miki Digital, 퍼블릭 도메인(Openverse)

가정폭력 처벌불원서는 죄명에 따라 효력이 전혀 다르다. 폭행·협박은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재판을 끝낼 수 있지만, 상해·특수상해는 그 의사를 밝혀도 재판이 그대로 진행되고 형을 정할 때 참작될 뿐이다. 그리고 한 번 밝힌 처벌불원 의사는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되돌리기 어렵다.

최근 한 일간지가 5년 전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시 전했다. 2019년부터 3년간 가정폭력으로 여섯 차례 신고된 40대 남성이 있었다. 그는 말다툼 끝에 아내의 머리에 유리화분을 던지고, 신고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 2대를 깨뜨린 뒤 양손에 흉기를 쥐고 휘둘러 아내를 다치게 한 일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금주 서약서를 썼고, 아내는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재판부에 밝혔다.

선고 결과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그 선고를 받은 지 38일 만인 2021년 11월 4일, 그는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다 아내를 살해했고 이듬해 2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내에게 상해를 입혀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을 들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용서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용서를 결심하는 그 자리에서 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무엇을 먼저 챙길 수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1. 처벌불원서가 통하는 죄와 통하지 않는 죄

가. 폭행·협박은 재판을 끝낼 수 있다

단순 폭행(형법 제260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과 협박(형법 제283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은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이미 재판이 시작됐더라도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처벌불원 의사가 밝혀지면 공소기각으로 끝난다.

나. 상해·특수상해는 재판이 계속된다

상해(형법 제257조, 7년 이하의 징역 등)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흉기처럼 위험한 물건을 들고 다치게 했다면 특수상해(형법 제258조의2)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고 벌금형도 없다. 이런 사건에서 처벌불원서는 재판을 멈추지 못한다. 형을 정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뿐이다.

그래서 처벌불원서를 쓰기 전에 사건의 죄명부터 확인해야 한다. 가해자 쪽에서 "이것만 써 주면 다 없던 일이 된다"고 말하더라도 그대로 믿을 일이 아니다. 죄명에 따라 사건이 끝나기도 하고, 사건은 계속되면서 형만 가벼워지기도 한다.

2. 한 번 밝힌 처벌불원, 되돌릴 수 있나

가. 철회하면 다시 처벌을 구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고소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고,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정한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 희망 의사를 철회한 경우도 같다. 폭행·협박 사건에서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뒤 같은 사건으로 다시 처벌해 달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재발한 폭력은 새로운 사건으로 신고해야 한다.

나. 약속을 어겨도 돌이킬 수 없다는 판례

약속을 믿고 합의해 주었다가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교통사고 사건이지만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 의사의 무게를 잘 보여 주는 판결이 있다.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1도4283 판결

합의서를 수사기관에 낸 이상 처벌불원 의사는 적법하게 표시되었고, 약속한 치료비를 다 지급하지 않아도 민사상 채무가 남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

"술을 끊겠다",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는 약속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약속이 깨졌다고 해서 이미 정리된 사건을 되살리기는 어렵다.

다. 가정보호사건으로 넘어가는 경우

가정폭력 사건에는 형사재판 말고 한 갈래가 더 있다. 검사는 사건의 성질과 행위자의 성행을 고려해 보호처분이 적절하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고, 이때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가정폭력처벌법 제9조).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반의사불벌 사건도 이 길로 갈 수 있다.

보호처분이 확정되면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같은 법 제16조). 반면 불처분결정은 다르다.

대법원 2017. 8. 23. 선고 2016도5423 판결

가정폭력처벌법상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뒤 같은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해 유죄판결을 선고하더라도 이중처벌금지 원칙이나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3. 집으로 돌아가기 전, 법이 마련한 장치들

가. 경찰 단계의 응급조치와 긴급임시조치

진행 중인 가정폭력을 신고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폭력을 제지하고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같은 법 제5조). 재발 우려가 있고 법원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으면, 사법경찰관은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퇴거,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화·메시지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할 수 있다(제8조의2).

나. 법원의 임시조치

검사는 재발 우려가 있으면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고, 피해자도 검사나 사법경찰관에게 청구나 신청을 요청할 수 있다(제8조). 퇴거·접근금지 조치는 2개월을 넘지 못하지만 두 차례까지 같은 기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어 최장 6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제29조).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고(제63조), 임시조치를 어겨 재발 우려가 있으면 유치장이나 구치소 유치까지 청구할 수 있다.

다. 피해자가 직접 청구하는 피해자보호명령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피해자보호명령이다(제55조의2). 퇴거, 접근금지 외에 친권 행사 제한과 면접교섭권 행사 제한까지 구할 수 있다. 기간은 1년을 넘지 못하나 2개월 단위로 연장해 합산 3년까지 가능하다(제55조의3). 결정 전이라도 필요하면 임시보호명령이 나올 수 있고(제55조의4),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한다(제63조).

처벌불원과 보호 장치는 별개의 문제다.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분리와 접근금지는 구할 수 있다. 용서와 안전을 맞바꿀 이유가 없다.

4. 지금 해야 할 일

가. 피해자라면

첫째, 폭력이 있을 때마다 112에 신고해 기록을 남긴다. 상처 사진, 진단서, 깨진 물건 사진, 협박 문자를 날짜별로 모아 두면 이후 임시조치, 보호명령, 이혼 소송 모두에 쓰인다. 휴대전화를 부수는 사람도 있으니 사본은 다른 곳에 보관한다.

둘째, 처벌불원서를 내기 전에 죄명과 효과를 확인한다. 이미 재판 중이라면 처벌불원이 아니라 양형에 관한 의견만 내는 방법도 있고, 조건을 붙여 합의하더라도 조건이 지켜진 뒤에 내는 것이 안전하다. 가해자 앞에서 쓰게 된 처벌불원서라면 그 사정을 담당 수사관이나 재판부에 따로 알린다.

셋째, 집을 나왔다면 주소를 지킨다. 행위자와 주민등록지가 다르면 주민등록표 열람과 등·초본 교부 제한을 시·군·구청장에게 신청할 수 있다(주민등록법 제29조).

넷째, 혼인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재판상 이혼을 검토한다. 배우자의 폭력은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나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다툴 수 있고, 위자료와 재산분할, 양육 문제도 함께 정리하게 된다. 법률혼뿐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와 전 배우자도 가정폭력처벌법의 가정구성원에 들어간다(제2조). 다만 혼인 관계가 없는 연인 사이 폭력은 이 정의에 바로 들어가지 않아 다른 법으로 대응을 살펴야 한다.

나. 행위자로 지목됐다면

접근금지 결정이 나오면 "사과하러 왔다", "합의하러 왔다"는 말로 찾아가거나 전화·메시지를 보내서는 안 된다. 그 자체로 새로운 형사 문제가 되고 재판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합의를 원하면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맞다.

집행유예 중이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집행유예는 효력을 잃어(형법 제63조) 앞선 형까지 살게 된다. 금주 서약 같은 약속이 양형에 고려됐다면, 그 약속을 실제로 지키는지가 뒤에 있을 판단의 재료가 된다.

5. 용서는 사건의 끝이 아니다

기사가 인용한 한국여성의전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은 언론 보도로 확인된 것만 최소 137명이고, 살인미수로 살아남은 여성은 252명이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까지 더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가정 안의 폭력은 피해자가 용서해도 위험이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처벌 여부에 관한 피해자의 뜻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재발 위험을 살피는 일까지 피해자 혼자의 판단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 곧 보호도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이 둘을 나누어 살펴야 하고, 피해자도 그 둘을 따로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8.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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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신동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이혼전문변호사 · 대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건을 상담부터 판결까지 직접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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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1. 8. · 작성 신동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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