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센터 · 절차별 가이드

피의자에게 보장되는 권리와, 그 권리가 무시됐을 때 생기는 일

피의자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수사관의 모든 질문에 답할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헌법, 형사소송법, 수사준칙은 조사받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권리를 꽤 구체적으로 정해 두었고, 이를 알고 들어간 사람은 조사실의 압박 속에서도 남길 말과 아낄 말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 질문 전체에 대해서든 일부 질문에 대해서든 답하지 않을 수 있고, 침묵을 이유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습니다(헌법 제12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 수사기관이 이 권리를 미리 알려 주지 않았다면, 그 상태에서 나온 진술은 자발적이었더라도 증거로 쓰지 못합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 피의자가 변호인을 불러 달라고 했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을 빼고 받은 피의자신문조서도 증거능력이 없습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 조서는 읽어 보고 고쳐 달라고 할 수 있으며, 이의를 단 대목은 지우지 말고 그대로 남겨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 밤 9시~아침 6시 신문 금지, 전체 12시간·실제 8시간 한도, 2시간에 한 번 10분 이상 휴식이 기본 규칙입니다(수사준칙 제21조~제23조).

먼저, 권리 목록부터 보겠습니다

조사 시간과 휴식, 동석자, 자료 제출에 관한 규칙은 대부분 수사준칙에 모여 있고,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 조서 열람은 형사소송법에 있습니다. 아래 표를 머릿속에 넣고 가면 조사 중에 무엇이 어긋났는지 알아차리기 쉽습니다.

조사받는 피의자가 쓸 수 있는 권리
권리무엇을 보장하나근거 조문
진술거부권모든 질문 또는 특정 질문에 답하지 않을 권리, 그로 인한 불이익 금지헌법 제12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변호인 참여신문 자리 참여, 피의자 옆 착석, 조언과 메모, 신문 뒤 의견 진술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수사준칙 제13조·제14조
조서 열람·수정직접 읽거나 읽어 주기를 요구, 더하거나 빼거나 바꿔 달라는 청구, 이의 부분 보존형사소송법 제244조
구제신청 안내법령위반·인권침해가 있으면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신문 전에 안내형사소송법 제197조의3 제8항
밤 조사 제한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신문 금지, 조서 열람만 자정까지수사준칙 제21조
조사시간 한도전체 12시간, 실제 신문 8시간, 끝난 뒤 8시간 안에는 다시 조사 불가수사준칙 제22조
휴식적어도 2시간마다 10분 이상, 요청하면 휴식, 몸이 아프면 진료수사준칙 제23조
신뢰관계인 동석장애·나이·국적 같은 사정이 있으면 가족 등이 곁에 앉음형사소송법 제244조의5, 수사준칙 제24조
자료·의견 제출조사를 마치기 전 제출 의사를 묻고, 낸 자료는 기록에 편철수사준칙 제25조

말하지 않을 권리와 그 안내 방식

헌법 제12조 제2항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이를 조사 절차로 옮긴 것이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입니다. 사법경찰관은 신문을 시작하기 전에 네 가지를 알려야 합니다. 어떤 진술도 하지 않거나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답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는 점, 이 권리를 버리고 한 말은 법정에서 유죄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 신문 때 변호인의 참여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알려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수사관은 이 권리들을 쓸 것인지 피의자에게 묻고, 피의자가 답을 직접 손으로 쓰게 하거나 수사관이 적은 답 곁에 피의자가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거나 서명하게 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대법원은 이 형식을 갖추지 못한 조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대로 만든 조서로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안내 자체가 빠졌다면 결론은 더 뚜렷합니다. 대법원은 미리 진술거부권을 알리지 않고 피의자를 신문해 얻은 진술은 위법하게 모은 증거여서, 강요 없이 나온 말이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서류 제목이 '진술조서'든 '진술서'든 실질이 피의자신문이면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단, 안내 의무는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정해 수사를 시작한 때, 다시 말해 피의자 지위가 생긴 때부터 생깁니다. 그 전 순수한 참고인 단계에서 한 말이라면 안내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

침묵이 늘 정답은 아닙니다 ·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건에서 끝까지 입을 닫으면 해명할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게 되고, 수사관은 고소인 말과 제출된 자료만 보고 판단합니다. 거꾸로 기록을 보지 못해 쟁점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라면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짐작으로 채우기보다 답을 보류하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질문에서 말하고 어떤 질문에서 멈출지는 사건마다 다르니 조사 전에 변호인과 선을 그어 두세요.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

변호인 접견이나 신문 참여는 피의자 본인만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신청이 들어오면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허락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 수사준칙 제13조는 변호인이 피의자 옆처럼 실제로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앉게 하고, 법적 조언과 상담, 그리고 그에 필요한 메모를 허용하라고 정하며, "신문이 아니라 면담일 뿐"이라는 말로 변호인을 배제하지 못하게 합니다. 체포되거나 구속된 피의자는 변호인을 만나고 서류나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4조).

피의자가 변호인을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는데 수사관이 그럴 만한 사유도 없이 변호인을 들이지 않고 작성한 조서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여서 쓸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수사관이 변호인 참여를 막았다면 그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법원에 준항고로 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17조). 참여의 범위와 방법은 변호인이 신문에 참여할 때에서 따로 설명합니다.

가족 등이 곁에 앉을 수 있는 경우

몸이나 정신의 장애로 뜻을 전하기 어려운 사람, 나이·성별·국적 같은 사정 때문에 마음의 안정과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을 곁에 두고 조사받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5). 곁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함께 사는 사람, 보호시설이나 교육시설 담당자 등이며, 신청할 때는 피의자와의 관계를 적은 동석신청서를 냅니다(수사준칙 제24조). 미성년 자녀가 조사받게 되었다면 보호자 연락과 동석 문제를 미성년자 경찰조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같이 가자"는 요구와 체포는 다릅니다

경찰관이 경찰서까지 함께 가자고 하는 임의동행은 거절할 수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이런 요구를 할 때 거절해도 된다는 점, 따라가더라도 언제든 자리를 뜨거나 그 장소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합니다(수사준칙 제20조). 동행에 응하면 임의동행 동의서를 쓰게 되니(경찰수사규칙 제35조) 서명하기 전에 내용을 읽어 보세요.

체포는 강제처분이라 거절할 수 없습니다. 대신 사법경찰관은 체포하면서 어떤 혐의인지, 왜 체포하는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해명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헌법 제12조 제5항). 체포한 사람을 계속 붙잡아 두려면 체포 시점부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청구하지 않으면 곧바로 풀어 주어야 합니다(제200조의2 제5항). 영장이 청구되면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불러 심문하는데, 변호인이 없으면 판사가 직권으로 변호인을 붙여 줍니다(제201조의2 제1항·제8항). 체포·구속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본인이나 가족이 법원에 그 적법성을 다시 따져 달라고(적부심사)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214조의2). 영장 단계 대응은 체포·구속영장을 다툴 때에서 다룹니다.

권리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사정을 조서에 남기는 것입니다. 부당한 신문 방식에는 변호인이 수사관 허락 없이 곧바로 이의를 낼 수 있고, 그 내용은 조서에 기재해야 합니다(수사준칙 제14조 제3항·제4항). 조서를 읽는 단계에서는 "오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쉬지 않고 신문했다"처럼 사실을 구체적으로 써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수사과정 기록에는 경찰서 도착 시각, 신문 시작과 종료, 중단과 재개 시각이 적혀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4, 수사준칙 제26조).

조사를 마친 뒤에도 길은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법령을 어기거나 인권을 침해한 일이 있었다면 검사에게 신고해 시정조치를 요구하도록 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197조의3), 변호인 참여를 막은 처분 같은 것에는 준항고를 낼 수 있습니다(제417조). 이렇게 남긴 기록은 나중에 법정에서 그 조서를 증거로 써도 되는지 다툴 때 근거가 됩니다. 신문을 앞두고 있다면 피의자신문을 앞두고와 출석요구를 받은 뒤 점검할 것도 함께 읽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조사에서 아무 말도 안 하면 오히려 불리해지지 않나요?
법은 진술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게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제2호). 다만 해명이 필요한 사건에서 모든 질문에 입을 닫으면 판단 재료가 고소인 쪽 이야기와 서류로 좁혀집니다. 답할 질문과 답하지 않을 질문을 미리 나눠 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진술거부권 안내를 못 받은 채 한 말은 증거가 되나요?
대법원은 미리 진술거부권을 알리지 않고 받은 피의자 진술은 자발적으로 한 말이라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8213 판결). 안내는 받았지만 권리를 쓸지에 대한 답이 자필이나 서명 없이 적힌 조서도 원칙적으로 증거로 쓰지 못합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3359 판결).
몇몇 질문에만 답을 안 해도 괜찮나요?
괜찮습니다. 법이 정한 안내 내용 자체가 모든 진술을 하지 않거나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 제1호). 답하지 않은 질문이 조서에 어떻게 적혔는지는 열람할 때 꼭 확인하세요.
밤이 깊었는데도 조사를 이어가도 되나요?
원칙은 금지입니다.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신문할 수 없고, 이미 작성한 조서를 읽어 보는 일만 자정 전까지 할 수 있습니다(수사준칙 제21조 제1항). 체포 후 48시간 안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정해야 하는 경우 같은 예외가 있으며, 예외로 밤 조사를 하면 그 사유를 조서에 남겨야 합니다.
경찰관이 경찰서로 같이 가자고 하면 거절할 수 있나요?
임의동행이라면 거절할 수 있고, 따라가더라도 원할 때 떠날 수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이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수사준칙 제20조). 반면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나 현행범 체포는 강제처분이라 거부할 수 없으니, 그때는 변호인 선임과 적부심사 청구 같은 권리를 활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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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31. 기준 현행 법령(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과 판례로 작성했습니다. 법령 개정이나 개별 사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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