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정리
- 성폭력범죄는 사법경찰관이 신속히 수사한 뒤 반드시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되어 있어(성폭력처벌법 제26조의2), 경찰 단계의 불송치로 끝나지 않습니다.
- 대법원은 2023년 추행죄의 폭행·협박이 저항하기 어려울 만큼 강할 필요는 없다고 기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 피해자 진술의 핵심이 일관되고 모순이 없으며 거짓으로 불리한 말을 할 동기가 보이지 않으면 쉽게 배척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입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 불법촬영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고, 그런 촬영물을 가지고 있거나 보기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 피해자는 피해자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에 함께할 수 있고, 19세 미만 등 피해자는 진술조력인과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27조, 제34조, 제36조).
경찰에서 끝나지 않는 사건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6조의2에 따르면 경찰은 성폭력 사건을 빠르게 수사해 예외 없이 검사에게 보내야 합니다. 다른 사건이라면 경찰이 혐의 없다고 보면 불송치로 마무리될 수 있지만, 성범죄는 경찰의 판단이 어떻든 기록이 검사에게 넘어갑니다. 피의자에게는 경찰 조사실에서 한 해명과 제출한 자료가 송치 기록에 그대로 담겨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하는 근거가 된다는 의미이고, 피해자에게는 경찰 선에서 사건이 묻힐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성범죄 피의자 조사는 잠깐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오면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경찰은 송치하면서 혐의가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붙이고, 그 의견을 떠받치는 핵심 자료가 처음 작성된 신문조서입니다. 신문에 앞서 말하지 않을 권리와 변호인 도움을 받을 권리를 안내받게 되고(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신청하면 변호인이 신문에 함께 들어갈 수 있습니다(제243조의2). 이 권리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피의자신문 대응에서 따로 설명합니다.
강제추행, 이제 저항이 없었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추행죄의 폭행·협박을 판단하는 잣대는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달라졌습니다. 상대방 몸에 불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알리는 것이면 충분하고, 예전처럼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방식, 일이 벌어진 경위와 당시 분위기, 두 사람의 관계, 상대방이 겪은 고통의 정도 등을 함께 살펴 판단합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수사기관의 질문도 이 기준에 맞춰 짜입니다. 상대가 크게 거부하지 않았다거나 얼마든지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는 해명은 이제 혐의를 벗기는 데 별 힘이 없습니다. 대신 실제로 몸이 닿았는지, 상대방의 뜻을 어떤 방법으로 확인했는지, 접촉 전후에 어떤 말과 행동이 오갔는지가 집중적으로 다뤄집니다. 바뀐 판례를 모른 채 예전 기준으로 해명을 준비하면 진술 방향이 처음부터 어긋날 수 있으니, 지금 기준에서 무엇이 쟁점인지부터 짚고 출석하십시오.
입건될 수 있는 죄명과 형
| 죄명 | 어떤 행위인가 | 법정형 | 조문 |
|---|---|---|---|
| 카메라등이용촬영 |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찍음 |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
| 촬영물 반포 등 | 촬영물을 퍼뜨리거나 제공·전시(찍을 때는 동의했더라도 나중에 의사에 반해 퍼뜨린 경우 포함) |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
| 촬영물 소지·시청 | 불법촬영물이나 그 복제물을 갖고 있거나 사들이거나 저장하거나 봄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 |
| 강제추행 |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 형법 제298조 |
| 공중밀집장소추행 | 지하철·버스 같은 대중교통이나 공연장, 집회장 등에서 추행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성폭력처벌법 제11조 |
| 통신매체이용음란 | 성적 목적으로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글·영상을 상대에게 보냄 |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 성폭력처벌법 제13조 |
피해자 진술은 어떻게 저울질되나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에서 중요한 부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고, 상식에 비춰 이상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없으며, 일부러 상대에게 불리한 거짓말을 할 이유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진술을 함부로 믿지 않아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므로, 피해자가 놓였던 특수한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진술의 무게를 가볍게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했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피의자 입장에서 꼭 이해해야 할 법리입니다.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일이 있은 뒤에도 연락을 이어 갔다는 사정만 내세워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 설득력을 얻기 힘듭니다. 반박하려면 그 말 속의 모순, 객관적인 기록과 맞지 않는 부분, 시간이나 이동 경로상 불가능한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야 합니다. 그날의 메시지, 카드 결제 내역, 교통카드 승하차 기록, 건물 출입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구하기 어려워지므로 출석 전에 확보해 두십시오.
피의자로 출석한다면
- 진술 방침부터인정할 대목, 다툴 대목, 답하지 않을 대목을 출석 전에 변호사와 정해 둡니다. 조사실에서 즉석으로 길게 해명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 그날의 시간표만난 순간부터 헤어진 순간까지 장소, 시각, 나눈 대화를 차례로 적고, 술자리였다면 얼마나 마셨는지도 씁니다. 기억이 끊긴 구간은 끊겼다고 표시해 둡니다.
- 객관 자료 지키기카카오톡 등 대화방 전체, 통화 목록, 택시 호출·결제 기록, 위치 기록에 손대지 않습니다. 내게 불리해 보이는 메시지라도 삭제는 금물입니다. 지운 흔적은 포렌식에서 드러나고, 지웠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정황으로 읽힙니다.
-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기미안하다는 말이나 해명을 전하려고 직접 접촉하면 피해자를 다시 괴롭히거나 입막음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합의 이야기는 변호인 몫으로 넘기십시오.
- 휴대전화 제출 범위 점검촬영 혐의가 걸린 사건이라면 경찰은 십중팔구 휴대전화를 달라고 하거나 영장을 받아 가져갑니다. 제출 범위와 분석 과정 참여 방법은 휴대폰 포렌식·임의제출 안내를 미리 읽어 두십시오.
성범죄 피의자 조사는 만나게 된 계기부터 신체 접촉 순서까지 아주 세밀하게 짚어 가므로 반나절 가까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전체 체류 시간은 원칙상 12시간, 문답 시간은 8시간이 상한이고, 2시간마다 10분 이상 쉬게 해야 합니다(수사준칙 제22조, 제23조). 지치면 쉬겠다고 말하고,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압박하면 변호인이 신문 방식에 대해 이의를 낼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 조사 끝 무렵 수사관이 추가로 제출할 것이 있는지 묻게 되어 있으니(수사준칙 제25조 제2항), 그 자리에서 미처 설명 못 한 내용은 서면으로 따로 내겠다고 말해 두십시오.
조서를 읽을 때는 만졌다와 스쳤다, 동의했다와 거부하지 않았다처럼 유무죄를 가르는 단어가 내가 쓴 표현 그대로 적혔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조서를 열람하고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피의자의 권리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피해자로 조사받는다면
성폭력 피해자가 조사를 혼자 견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이 변호사를 선임하면 그 변호사가 경찰의 사실 확인, 면담, 조사에 함께 들어가 의견을 밝힐 수 있으며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집니다(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1항·제2항·제5항). 19세 미만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6항).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나이와 심리 상태를 고려해 인격이나 사생활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조사 횟수도 꼭 필요한 만큼으로 줄여야 합니다(제29조 제1항·제2항). 추행·불법촬영처럼 법에 열거된 범죄를 당했거나 19세가 안 된 피해자가 요청하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앉을 수 있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동석시키지 않습니다(제34조). 19세 미만 피해자 등의 진술은 영상으로 녹화해 보존하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으면 진술조력인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제30조, 제36조). 고소를 준비하는 단계라면 고소인 조사를 함께 보십시오. 대온 법률사무소는 피의자 사건과 피해자 사건을 모두 맡고 있으며, 같은 사건에서 양쪽을 동시에 대리하지는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성범죄로 조사를 받으면 경찰이 꼭 검사에게 넘기나요?
세게 거부하지 않았다면 강제추행이 아니지 않나요?
지하철에서 추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 연락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도 될까요?
불법촬영 혐의인데 휴대전화를 꼭 내야 하나요?
성범죄 피해자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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