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정리
- 재심은 확정된 유죄판결을 대상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20조).
- 재심사유는 증거의 위조·변조, 허위 증언, 무고, 무죄 등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의 새로운 발견, 수사·재판 관여자의 직무범죄 등 모두 7가지입니다(제420조 제1호~제7호).
- 새로운 증거는 법원뿐 아니라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하며, 원판결 때 내지 못한 데 과실이 있으면 제외됩니다(대법원 2005모472 전원합의체).
- 재심 청구에는 기간 제한이 없어 형 집행이 끝난 뒤에도 가능하지만, 청구했다고 해서 형 집행이 멈추지는 않습니다(제427조, 제428조).
- 재심 판결은 원판결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고, 무죄가 선고되면 원칙적으로 관보와 신문에 공고합니다(제439조, 제440조).
무엇을, 누구를 위해 다시 여는가
재심이 겨냥하는 것은 이미 확정된 유죄판결이고, 그 목적은 오로지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에게 이롭게 사건을 다시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20조). 무죄로 끝난 사건을 유죄로 뒤집으려는 재심은 우리 제도에 없습니다. 또 '확정'이 전제이므로, 상소할 수 있는 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판결이라면 재심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고 항소나 상고로 다퉈야 합니다.
2심이나 대법원이 불복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한 판결도 재심 대상에 들어가지만, 가능한 사유는 세 가지로 줄어듭니다. 증거 서류나 물건의 위조·변조(제1호), 증언이나 감정의 허위(제2호), 사건에 관여한 법관·검사·사법경찰관의 직무상 범죄(제7호)입니다(제421조 제1항). 아울러 1심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한 재심청구 사건에서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항소기각판결을 상대로 또 재심을 구할 수 없는 등, 심급 사이의 순서에 관한 제한도 정해져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제3항).
법이 인정하는 재심사유
제420조는 재심사유를 하나하나 열거해 놓았고, 이 목록 바깥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예컨대 '판사가 증거 가치를 잘못 매겼다'는 불만만 가지고는 재심 절차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 조항 | 사유의 내용 | 무엇으로 증명하나 |
|---|---|---|
| 제5호 | 무죄·면소,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를 새로 발견 | 그 새로운 증거 |
| 제2호 | 원판결의 근거가 된 증언·감정·통역·번역이 거짓으로 드러남 | 확정판결 |
| 제1호 | 원판결의 근거가 된 서류나 증거물이 위조·변조됨 | 확정판결 |
| 제3호 | 무고 때문에 유죄를 받았고 그 무고죄가 인정됨 | 확정판결 |
| 제4호 | 원판결이 근거로 삼은 다른 재판이 확정재판으로 바뀜 | 바뀐 확정재판 |
| 제6호 | 저작권·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 침해 사건에서 그 권리가 무효로 확정됨 | 무효 심결·판결의 확정 |
| 제7호 | 원판결·전심판결이나 그 기초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함 | 확정판결(원판결 선고 전에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원판결 법원이 그 사실을 몰랐던 때에만) |
표의 제1호·제2호·제3호·제7호에는 공통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그 사실이 다른 확정판결로 이미 증명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정적 증인이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려면, 그 증인을 위증으로 처벌한 판결이 먼저 확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재심 준비는 위증 고소 같은 별개의 사건부터 진행하는 순서로 짜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롭고 명백한 증거'를 가르는 대법원 기준
청구 사건 대부분이 기대는 조항은 제5호입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요건을 신규성과 명백성이라는 두 축으로 정리했습니다(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신규성부터 보겠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원래 재판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증거, 또는 드러났더라도 그때는 낼 수 없었던 증거를 이제 찾아냈거나 이제야 낼 수 있게 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청구인이 피고인 본인이라면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원래 재판에서 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데 본인의 잘못이 있었다면 새로운 증거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재판 당시 갖고 있으면서 내놓지 않았던 자료를 판결이 굳은 뒤에 꺼내는 방식은 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명백성은 새 증거 하나만 놓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원판결이 유죄를 인정하며 기댄 증거들 가운데 새 증거와 맞물려 있거나 서로 충돌하는 것들을 한데 모아 다시 저울질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렇게 했을 때 유죄판결에 의문이 든다는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그 판결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고 볼 만큼 높은 개연성이 있어야 '명백'하다고 인정됩니다. 과학적 감정 결과, 진범의 출현, 핵심 진술을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객관적 자료처럼 원판결이 쌓아 올린 증거의 뼈대를 흔드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누가 어느 법원에,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 유죄를 선고받은 본인, 그 법정대리인입니다. 본인이 세상을 떠났거나 심신장애로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대신 나설 수 있습니다(제424조). 청구서는 원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냅니다(제423조). 검사 외의 사람이 청구하면서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그 선임은 재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계속 효력을 가집니다(제426조).
청구에 시한은 없습니다. 형을 다 살았거나 집행이 면제된 뒤에도 얼마든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427조). 다만 청구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형 집행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관할법원에 대응하는 공소청의 검사가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이 나올 때까지 집행을 정지할 수 있을 뿐입니다(제428조). 복역 중인 분이라면 청구와 동시에 집행정지를 요청할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재심의 두 관문: 개시 결정과 다시 하는 재판
- 청구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와 뒷받침 증거를 담은 청구서를 원판결 법원에 접수합니다.
- 의견 듣기법원은 청구에 대해 결정하기 전에 청구한 사람과 상대방 양쪽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제432조).
- 개시 여부 판단청구가 법이 정한 방식을 어겼거나 청구권이 사라진 뒤에 낸 것임이 분명하면 기각하고(제433조), 이유가 있다고 보면 재심을 열기로 결정하면서 형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제435조). 어느 결정이든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제437조).
- 다시 재판개시 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은 그 심급의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음 판단하듯 다시 심리합니다(제438조 제1항).
- 재심 판결원판결보다 무거운 형은 나올 수 없고(제439조), 무죄가 선고되면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를 빼고 관보와 신문에 그 판결을 공고합니다(제440조).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이미 사망했거나 회복이 어려운 심신장애 상태가 됐더라도 절차는 이어집니다. 피고인 없이 재판하되 변호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 재판을 열 수 없고, 변호인이 없다면 재판장이 직권으로 선임합니다(제438조 제2항~제4항). 유족이 고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이 규정 덕분입니다. 한편 아직 상소심이 진행되는 도중에 재심사유가 될 만한 사정이 드러났다면, 재심을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사정을 항소이유나 상고이유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상고 보기 →
기록 확보부터 무죄 뒤 보상까지
준비의 첫걸음은 원래 사건의 기록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은 공소청이 맡아 보관하고 있으며, 권리 구제가 목적이라면 그 기록을 가진 각급 공소청이나 지청에 열람과 복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1항). 검사가 열람을 제한하면 그 이유를 알려 줘야 하고(같은 조 제3항), 그 처분이 부당하다고 보면 대응하는 법원에 처분을 취소하거나 바꿔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6항). 기록을 손에 넣으면 원판결이 어떤 증거들을 엮어 유죄를 인정했는지 그 구조를 도식처럼 정리하고, 새 증거가 그중 어느 연결 고리를 끊어 내는지 설명해야 명백성 요건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재심 끝에 무죄가 확정되면, 원래 판결 때문에 구금됐거나 형 집행을 받은 사람은 국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청구는 무죄재판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확정된 날부터 5년 안에 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8조). 명예 회복까지 생각한다면 무죄판결 공고(형사소송법 제440조)와 형사보상 청구를 빠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판결이 확정된 지 오래됐는데 지금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나요?
재판 때 갖고 있었지만 내지 않은 증거가 있는데, 재심 사유가 될까요?
증인의 거짓 증언 때문에 유죄를 받았다면 곧바로 재심을 신청하면 되나요?
재심을 청구해 두면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나요?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죄 판결도 재심을 구할 수 있나요?
재심을 했다가 원래보다 무거운 형을 받을 수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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